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기업 부실채권을 신속히 정리할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는 은행들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는 충당금 적립을 피해 부실채권 관리에 미온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국은 미국의 금리인상 등 외부 충격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충당금 적립을 통해 은행으로 리스크가 전이되는 사태를 막는 한편 한계기업도 솎아내 실물경제에도 힘을 보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융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7일 "조만간 총 1,260조원(올 3월 말 기준)에 이르는 은행의 기업 여신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할 것"이라며 "최종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충당금을 더 쌓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충당금을 적게 쌓을수록 은행 수익이 좋아지는 구조라 은행이 의도적으로 부실채권 털어내기를 외면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부실채권 정리를 통해 충당금을 쌓으면 해당 직원에 불이익을 주는 현재의 경영성과평가(KPI) 방식을 바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대목은 한계기업의 급증세다. 3년 연속 번 돈으로 빌린 돈의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 수가 지난 2009년 2,698개사에서 지난해 말 3,295개로 늘었다. 외부 감사 기업 중 15.2%가 한계기업에 속한다. 부실채권을 더는 방치하기 어려운 이유다. 금융위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며 "은행 여신 시스템에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