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헨리 폴슨 미국 재무부 장관은 “우리는 난무한 규제기관들의 과열양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관료집단의 개혁은 시작에 불과하다. 수십년 전에 만들어진 금융시장 규제의 틀은 지금과는 맞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신이 이 말을 믿었다면 아쉽지만 속았다. 이 발언은 민주당 대선후보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말이다. 오바마 의원은 폴슨 장관을 향해 “규제는 규제대상의 역할에 따라 적용돼야 맞다”며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새로운 감독기관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본보의 뒤늦은 만우절 개그는 어느 특정 후보의 개혁안을 두고 지지 여부를 밝히고자 함이 아니다. 미국의 금융시장 감시 시스템이 안고 있는 심각성을 재차 강조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폴슨 장관이 침체위기에 빠진 시장을 살리고자 대책을 마련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폴슨 개혁안의 논란거리는 재무부 산하의 ‘모기지 발행청’ 설립이다. 모기지 대출업체들을 정부의 면허제로 운영해 규제준수 성과에 따라 등급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50개의 각각 다른 주법이 존재하는 미국에서 일관된 규제는 효율적이다. 하지만 폴슨 장관의 ‘블루 프린트’ 가운데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통합방안은 거센 찬반 논란이 예상된다. 두 기관의 합병은 중복업무가 사라진다는 면에서 효과적일지 몰라도 CFTC가 유연한 원칙이 적용되는 기관이라면 SEC는 강제력을 행사할 여지가 큰 곳이라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폴슨 장관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구조적 리스크 관리까지 맡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금융시장에서 FRB가 이를 어떤 방식으로 다룰지는 확실치 않다. 별도기관에 규제권한을 몰아넣는 것은 FRB의 역할을 오히려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FRB는 서브프라임 대출규제를 강화하라는 요구를 뒤늦게 반영하는 등 주어진 권한을 제때 쓰지 못했다.
폴슨 장관은 대선을 앞두고 이번 금융개혁안이 나온 시점에 대해 완벽한 타이밍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해결방안이 나왔다면 그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때를 불문하고 밀어붙이는 것이 실보다 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