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못해 서러운데… 졸업 늦추려면 70만원 내라는 대학

"한과목 이상 추가 등록하라" 건국대 졸업연기 조건 변경
학생들 부담 6배이상 늘어… 연세·명지대 등도 적용 논란


취업을 이유로 졸업을 미루려던 건국대 4학년 김진우(가명)씨는 얼마 전 학과 사무실로부터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졸업을 미루려면 70만원의 등록금을 내고 다음 학기에 등록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기존에는 10만원만 내면 미졸업 상태로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규정을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이었다. 가뜩이나 취업을 준비하느라 지출이 많았던 김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번 학기에 졸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졸업논문 제출 마감일을 고작 사흘 남겨두고 학과 사무실로부터 규정이 바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학생들의 빈약한 주머니 사정이나 취업시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학교의 행태가 황당할 따름"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건국대가 졸업연기 요건을 학점을 취득하게 하는 방식으로 일괄 적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복수의 건국대 재학생에 따르면 이 학교의 졸업연기 방식은 원래 두 가지였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은 모두 이수했지만 논문 미제출 등 졸업을 미루기 위해 졸업 요건을 달성하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10만원을 내고 미졸업을 신청하면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기졸업자가 취업시장에서 냉대를 받는 현실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주로 여기에 해당했다. 반면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 필요한 학점만큼의 등록금을 지불하고 초과학기를 등록해야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 모두 초과학기를 등록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건국대 학사지원팀이 각 학과 사무실에 보낸 '수업연한 초과학생 학사관리제도 변경사항'에 따르면 '졸업연기, 학점부족, 논문 미제출 등 수업연한 초과학생 모두의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1과목 이상의 수강신청 의무화(수강신청 학점에 따른 등록금 차등 납부)'라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학생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최소 6배 이상 늘어난다는 점이다. 졸업을 미루려면 학점을 모두 이수하더라도 추가로 최소 1과목을 등록해야 하는데 1학점을 등록하더라도 등록금의 6분의1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건국대의 한 해 평균 등록금은 813만3,700원으로 한 학기 등록금만 406만6,850원에 이른다. 1학점을 등록한다고 해도 학생들은 전체 등록금의 6분의1을 내도록 하고 있다. 결국 1학점 신청하고 졸업을 미루는 경우 67만7,800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건국대의 한 관계자는 "(학교가 규정 변경을) 지난 10월에 결정해 11월에 (학과 사무실에) 알린 것으로 안다"며 "학생들이 졸업 후 진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교과목을 개설해 수업연한 초과학생들(미졸업자와 졸업연기자)이 우선 수강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졸업연기 학생에게 등록금을 납부하는 것은 건국대뿐만이 아니다. 연세대와 명지대ㆍ서강대 등 다수의 대학이 졸업연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추가 학점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학칙에 '졸업연기 신청자는 졸업 요건을 충족한 경우라도 졸업하려는 학기에 1학점 이상 수강신청을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서강대도 '졸업 직전학기(정규학기에 한함)에 반드시 추가로 1학점 이상 등록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명지대는 건국대와 마찬가지로 1~3학점을 신청하는 학생들에게 등록금의 6분의1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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