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 방향에 강한 불만을 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한국의 통화정책이 물가는 물론 부동산시장 안정 등 정부의 정책적 목표와도 부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은은 민간기구로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주장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새 정부의 ‘747경제’ 공약을 실현하려면 재정과 세금ㆍ금리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한은이 너무 안정만 고집,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통화가치 안정이라는 중앙은행 본래의 기능과 역할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강 간사의 지적대로 한은이 물가안정이라는 고전적인 목표에만 지나치게 집착해 정부의 정책목표와 엇박자를 보인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통화정책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코스트 푸시형 물가불안이 나타나고 있으나 오래 전에 ‘인플레이션은 죽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여건이 달라졌다.
특히 한은 금리정책이 정부 정책과 따로 가는 경우가 적지않았고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 혼선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았다. 선진국들이 경제둔화를 예상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던 지난해 한은은 인플레이션에 선제 대응한다며 7, 8월 두달 연속 콜금리를 인상하기도 했다.
특히 8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진 직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한심한 진단을 내놓아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한은은 단순히 물가만을 관리하는 기구라고 할 수 없다. 한은의 정책금리는 세금ㆍ재정과 함께 주요한 정책수단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재무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서브프라임 사태 대응에서 보듯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물가 외에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 안정 등 정부의 정책적 목표에 따라 통화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한은은 민간기구로 법률로 독립성이 보장된다. 하지만 정부 정책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시장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한다면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FRB처럼 한은을 정부기구로 하고 정책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를 독립적기구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