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원판만으로 25년간 외길 인생을 살아온 박윤제(朴倫濟·62) 신성기업 회장. 청춘의 대부분을 PCB 하나에만 바쳐온 그이기에 누구보다도 이분야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외부에서 그를 보고 안정적이고 보수적이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신성의 PCB원판」에 대한 애착때문이다.그런 그가 최근에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내수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입니다. 내수시장 판매비중을 현재의 10%에서 2002년까지 30%선까지 끌어올리고 흑자규모도 70~80억원선으로 높일 계획입니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신성에서 생산하는 PCB원판이 해외에서 받는 평가만큼 국내에서도 인정받고 싶다는 소망에서다. 사실 그가 수출에 주력하게 된 것은 제품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지만 국내에서 이류로 평가받고 싶지 않다는 그만의 자존심도 작용했다.
『국내에서는 메이커의 이름을 중시합니다. 대기업이라면 모두 최고인줄 알지요. 아무리 뛰어난 제품을 생산해도 중소기업이 만들었다고 하면 쳐주지를 않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품질만 뛰어나면 됩니다. 신성이 국내보다 해외에 더많이 알려진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朴회장은 수익이 나지 않는 장사는 절대 하지 않는다. 이러한 고집 때문에 한때 신성은 공장가동을 중단한 적도 있었다. 『97년부터 세계 PCB원판시장은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겪었습니다. PCB업체들은 납품가를 낮출 것을 요구했고 결국은 채산성이 맞지 않는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손해보고 팔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공장을 멈췄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에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공장가동률을 연말까지 80%로 높이더라도 원자재가 딸려 주문량을 소화해 낼 수 없는 실정이다.
그는 요즘 「회사의 빚을 모두 갚고 무부채경영을 할 것인가, 아니면 약간은 남겨두고 설비증설에 힘을 쓸 것인가」로 고민에 빠져있다. 『IMF이후 계열사인 신성소재등의 문제로 금융권에 시달린 적이 있습니다. 빚이라면 이제 신물이 납니다. 올해말까지 부채를 완전히 청산할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옳은지 판단을 못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더이상의 부채는 쓰지 않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외국은 부채율이 150%가 넘는 기업이 별로 없습니다. 빚이 많아서는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기 힘듭니다』 부채율이 낮은 기업. 그는 클린 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을 찾고있다.
<신성 - 어떤 기업인가>
지난 69년 신성기업사로 출발한 신성기업은 전체 매출액의 90%이상을 수출하는 전형적인 중소수출업체다. 해외시장공략을 위해 품질에 주력한 결과 미국품질인증(UL), 영국 BSI, 캐나다 CSA등 주요선진국의 규격인증을 획득하는 등 해외에서는 PCB원판 제조업체로 널리 알려져 있는 기업이다.
현재 홍콩시장의 경우 7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등 동남아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북아일랜드에 100% 단독출자한 현지법인을 세웠다. 중국에도 법인설립을 검토, 수출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 미래 통신사업에도 관심을 가져 대구방송(TBC), LG텔레콤, 온세통신등에 지분참여를 하고 있기도 하다. 종업원은 40여명이며 올매출액은 230억, 순익은 17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송영규기자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