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둑 영웅전] 강동윤은 기민했다

제3보(37~52)



자체로 축이건만 강동윤은 흑37로 시원하게 따냈다. 어떤 식으로든 축머리를 이용당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백38의 굳힘은 필수적이다. 바로 이 자리를 역으로 흑이 점령하면 흑의 거대한 세력권이 형성되는 것이다. 흑39에 강동윤의 손이 돌아왔다. 이곳은 흑이 선착하면 언제든지 삶이 보장되어 있는 곳이다. 흑41 이하 49가 바로 그것인데 여기서 주목할 수순이 있다. 중도에 둔 흑45라는 수순. "이게 깊은 뜻이 있어요."(박승철) 박승철6단은 이날 사이버오로의 해설을 맡았다. 흑이 실전보의 흑45로 모느냐, 아니면 그냥 51의 자리에 몰아버리느냐는 숙제로 남아 있었다. 끝내기상 그 두 가지 처리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만약 흑이 45의 수순을 좀더 일찍, 그러니까 좌변을 흑39로 두기 이전에 서두르면 어떻게 될까. 그때는 백이 뒤로 물러서지 않고 참고도1의 백2로 버티게 된다. 흑은 3으로 어마어마하게 큰 패를 낼 수는 있지만 결정적인 팻감이 없다. 흑5, 7 정도의 이득으로는 하변의 손실을 커버하지 못한다. 그래서 강동윤은 하변의 선수활용을 보류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백이 참고도2의 백1에 내려서기가 거북하게 된 것이다. 흑4와 6을 연타당하면 좌변의 흑진이 너무도 커진다는 것이 포인트. 결국 치우쥔은 실전보의 백46으로 물러섰고 여기서 강동윤은 상당한 끝내기 이득을 거두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나중에 이 방면의 백대마가 두 눈을 내지 못하여 쩔쩔 매는 수모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절호의 타이밍에서 양보를 받아내다니. 강동윤은 너무도 기민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