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이 21일 야당으로부터 정부의 경제정책 실 패에 대해 거센 비난을 받는 등 곤욕을 치뤘다. 한나라당으로부터는 ‘반기업적’이라는 이유로, 민주노동당으로부터는 ‘반노동자적’이라는 전혀 상반된 이유에서다. 이는 두 야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자 정부가 앞으 로 국회와 치뤄야할 정책협조가 쉽지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어쨌 든 이날 만남은 현정부와 야당간의 팽팽한 견해차를 일단 확인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 부총리는 영등포 민노당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원내 진출을 축하한 뒤 “100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면 싸움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맞서 권영길 대표는 “민노당 이야기만 들으면 국회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특히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단병호 당선자는 “노동계가 이 부총리에 대 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문제에 대한 재경부의 미온적인 자세를 성토하고 앞으로 민노당과의 적극적인 정책협의를 촉구했다. 민노당 지도부는 노사정위원회에 대해서도 한결 같은 목소리로 그 성격과역할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면서 노동자에게 불리한 조항을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비정규직 문제를 김대환 노동부장관 중심으로 적극 처리하겠다”면서 “이제 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 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이 부총리는 “정부를 믿게끔 해달라는 얘기를 여러 곳으로부터 듣는다 ”면서 “정부도 애를 쓰고 있는 만큼 지켜봐 달라”고 말을 맺었다. 권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개념부터 서로 달라 견해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대 화채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이에 앞서 한나라당 방문에서도 박근혜 대표로부터 “참여정부의 시장경제 원칙 및 불확실한 기업관이 기업 투자를 저해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박 대표는 “정부가 지난 1년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일자리가 줄고 기업은 해외로 이전하는 등 불안감이 존재 하고 있다”면서 시장 불확실성 제거 및 정부의 반기업정서 해소를 촉구했 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국민은 박 대표의 생활정치로 경제가 제대로 자리잡아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정부의 시장경제 원칙은 확고 하다고 맞섰다. 이 부총리는 이어 “기업중심의 시장경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과 원칙이 분명하다”면서 “대표께서 걱정 않고 국민이 믿으면 된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설전 끝에 박 대표가 덥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 총리는 배웅도 제대로 받지않은 채 서둘러 한나라당사를 빠져나갔다. 정상범기자 ssang@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