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하향위험 커져 성장 7.5% 밑으로 하락땐 재정 동원 경기부양 예상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가 7.8%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하향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이 목표에 크게 미달하게 되면 중국 정부는 고용을 안정시키고 사회적 동요를 막기 위해 재정을 동원한 경기부양에 나설 것입니다. 이 경우 부양책은 가용한 예산범위 내에서 취약한 가계 보호와 (경제 부문 간) 균형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IMF는 최근 세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이머징 국가들의 성장둔화가 세계 경제의 새로운 위협요소로 등장했다고 진단해 주목을 받았다. IMF의 경제분석을 총괄하는 올리비에 블랑샤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낸 직후인 지난달 9일(현지시간) 국내 언론으로는 단독으로 워싱턴 IMF본부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고 이후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세계 경제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었다.
블랑샤르 이코노미스트는 이머징 국가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성장세를 주도했던 중국ㆍ러시아ㆍ인도ㆍ브라질 등 브릭스(BRICs) 국가의 성장률 전망을 한꺼번에 내렸고 이들 국가가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세를 보이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중국에 대해서는 "그동안 과도하게 이뤄진 투자를 줄이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은 정당하다"면서도 "투자 감소분을 메울 수 있도록 소비를 늘려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머징 국가들이 우려해야 할 것은 자본유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이후 나타나고 있는 해외투자가들의 이머징 국가 이탈이 일시적이라기보다는 추세(trend)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2.8%의 성장률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양호한 편"이라고 전제한 뒤 "엔화 절하 등에 따른 수출감소에 대비해 국내 수요를 늘리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블랑샤르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9월 IMF와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현 글로벌 경제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세 개의 다른 속도 모드(three speed mode)'라고 할까요. 이머징 국가들은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미국은 점진적인 회복세를 탈 것입니다. 반면 유럽은 침체에서 벗어나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일본 식은 아니더라도 장기불황을 겪을 것입니다. 과거처럼 대부분의 국가들이 성장하거나 침체하는 현상은 예상되지 않습니다. 9월 세계 경제전망을 다시 내놓을 때 보다 구체적인 그림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IMF가 이머징 국가의 성장둔화를 새로운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로 지목했습니다.
▲IMF가 세계 경제전망에서 이머징마켓의 성장둔화를 제시한 것은 의미가 큽니다. 브릭스 국가만 하더라도 원인에서는 다른 점이 있지만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글로벌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산술적으로 보더라도 브릭스 국가의 성장률이 평균 2% 하향하면 미국 경제도 0.5% 떨어지는 것으로 나옵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을까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올해 7.8% 성장(종전 전망치 8.1%)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하향 리스크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7.5%를 하회할 경우 중국 정부는 재정적인 부양책을 동원할 것으로 봅니다.
-중국 경제성장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중국이 성장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과잉투자를 줄이고 소비를 서서히 촉진해야 합니다. 중국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투자가 갑자기 줄어드는데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것이 바로 중국이 안고 있는 리스크입니다.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이후 이머징마켓에서 자본유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투자자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양적완화 축소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봅니다. 달러화가 다른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죠. 이머징 국가들로부터의 자본유출은 트렌드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과 같은 국가에서) 이 현상이 너무 급속하게 진행되고 시장의 자원배분을 왜곡하게 된다면 정책당국이 개입해야 하지만 서서히 일어날 경우에는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던 시기에 이머징 국가들이 위기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까요.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다른 국가들의 수출촉진에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반면 외채가 많은 국가에는 문제가 될 수 있겠죠. 그러나 다수의 이머징 국가들의 채무구조가 변화한 만큼 지난 1990년대 말 아시아 위기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더라도 이머징 국가들의 국제수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베노믹스'로 지칭되는 현 일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일본의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노력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재정을 동원한 단기적인 부양책도 그렇고요. 하지만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일본 정부가 과다한 채무를 안고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앞으로 몇 개월 내에 '립서비스'가 아닌 실행을 담보로 한 중기적인 개혁정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 경제에 대해 개괄적으로 진단해주시죠.
▲한국은 올해 2.8%의 성장률을 보이고 내년에는 3.8%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게 IMF의 전망입니다. 이는 선진국 가운데서는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물론 리스크 요인을 안고 있습니다. 당장 글로벌 경기 성장둔화와 엔화 절하로 한국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수출이 줄어든다면 국내 수요를 늘리기 위한 정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행히도 한국은 재정적ㆍ통화정책적 여유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한은과 9월 서울에서 콘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어떤 사안들이 논의될까요.
▲'아시아가 직면한 안정과 도전(Asia Challenges of Stability and Growth)'이라는 주제에 대해 창의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경제학자들과 정책 당국자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주제발표는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가 합니다. 또 저축, 생산성, 인구 구성 변화, 경제성장, 통화정책, 자본유출에 대한 통제 등 아시아 경제현안에 연계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연구성과들이 소개될 것입니다. 매우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