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3>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전 재정경제부 장관

부동산 살아야 소비 회복… DTI·LTV 규제 완화를
세계 경제위기 이제 구조개혁 시작단계… 2~3년은 힘들것
어려울 땐 재정 건전성 중요… 박근혜 대통령 공약 완화·수정해야
현 부총리 '과감한 결단력' 대기업은 '사회적 센스' 필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한 강봉균(69∙사진) 건전재정포럼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15년 동안 주도하며 한국 경제의 성장시대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했다. 집권여당의 정책위의장도 지낸 바 있는 강 대표는 탁월한 경제적 식견은 물론 현실감각을 갖춘 국가 원로로서 서울경제신문 창간 53주년 인터뷰에서 경제는 물론 정치ㆍ사회 전반에 탁월한 통찰력을 선보였다.

그는 서울 명동 은행회관 내 금융연구원 사무실에서 진행된 90분가량의 대담에서 명확하고 간결하게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강 대표는 "하반기 경제회복의 관건은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라며 특히 얼어붙은 소비진작을 위해 부동산거래 활성화가 중요한 만큼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부동산 금융규제를 풀고 금융회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의 위기 국면은 '진행형'이라며 "근본적 개혁은 이제 시작인 만큼 향후 2~3년은 경제상황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거시경제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한 그는 "위기대응을 위해 재정건전성이 중요한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지키기'에 수정과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 대표는 또 경제정책의 사령탑인 현호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과감한 결단력과 돌파력"을, 경제민주화 바람에 직면한 대기업집단을 향해 '사회적 센스'를 각각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강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운용 성과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첫 질문에 점수를 매기는 것을 유보했다. 그는 "정부가 외교ㆍ안보 분야에서 높은 국민평가를 받고 있지만 경제 분야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걱정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며 "경제는 한미ㆍ한중 정상회담처럼 원샷 포인트를 얻기 어려워 연말쯤 가야 국민의 평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대신 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단임제 아래서는 임기 1~2년 차에 높은 점수를 따놓아야지 4~5년째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소용이 없다"면서 세 가지 방책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자본주의는 기업인에 의해 운영되는 체제로 세무조사나 검찰 수사로 기업투자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이 각자 분야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신 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공직자부터 '일할 맛 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게 '책임장관제' 약속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강 대표는 끝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은 국민이 위임한 것"이라며 "국민의 평가에 귀를 기울여 전 정권처럼 인사권을 남용해 '국가를 개인회사처럼 운영했다'는 비판은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대표는 한국 경제상황과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서는 세계 경제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다. 그는 분명하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해결된 것이 없다"며 "미국 등 선진국들이 돈을 풀어 위기를 봉합했을 뿐 세계 경제는 여전히 위기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 경제의) 근본적 구조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향후 2~3년은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강 대표는 "글로벌 경제가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데 정부가 낙관론을 펴며 느슨하게 대처하면 위험해진다"고 경고하고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하반기에도 경기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측했다. 이 같은 경제진단을 배경으로 강 대표는 경제사령탑인 현 부총리에게 "과감하게 결단하고 속도 있게 돌파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강조하는 부처 간 이견조율은 물론 여당을 설득하고 야당에 호소하는 적극적 노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찌감치 올해 추가경정예산의 필요성을 역설해 새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타를 제시한 강 대표는 "정부 예상대로 하반기 성장률이 호전되지 않으면 세수결함을 메우기 위한 2차 추경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성장률이 낮아지면 세수부족이 커져 아무리 세무조사를 강화해도 세입결함을 보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그는 "위기상황에서는 재정건전성이 아주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면서 "박 대통령이 복지 확대 약속 등은 조금 완화하고 재정을 담당하는 관료가 어느 정도 재량을 갖고 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박 대통령은 국가부채를 늘려 복지 확대를 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세수 확대가 안 되면 복지 확대도 자연히 조정해야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특히 강 대표는 침체된 부동산시장 활성화는 물론 경기회복을 위해 DTI와 LTV 등 부동산 금융규제를 "은행 등 금융회사 자율에 맡길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ㆍ일본 등은 중앙은행이 엄청난 규모로 돈을 풀어 주택시장을 활성화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우리만 주택담보대출에 엄격한 규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일갈했다.

그가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강조한 것은 하반기 경제회복을 가늠할 양대 축인 민간소비와 기업투자 가운데 민간소비는 부동산이 좌우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 기초하고 있다. 강 대표는 "부동산거래에서 굵직한 소비가 일어난다. 더욱이 8년째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가정자산의 70%를 차지하는 부동산 가치가 떨어져 소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8년 전은 고사하고 1980~1990년대 부동산투기가 판칠 때 만들어놓은 규제들을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대책과 소비 살리기의 연장선에서 정부의 영구적 취득세 인하 방안은 찬성하고"(부동산시장이 살아야) 지방의 각종 개발사업도 정상화될 수 있으니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정책에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대표는 "주택거래가 일어나야 지방세수(취득세)도 생긴다"며 "중앙정부도 당연히 세수보전대책을 내놓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급등하는 전셋값 안정을 위해 그는 취득세 영구 인하와 함께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양도소득세 중과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지난 대선을 거치며 정치ㆍ사회의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중소기업 영역을 잠식하고, 일감 몰아주기로 가족과 친인척에 '땅 짚고 헤엄치기'식 돈벌이를 해주고, 불공정하게 약자를 괴롭히는 것은 당연히 고쳐야 한다"면서 대기업집단에 "사회적 센스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그는 "일부 정치세력 중 '재벌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게 하고 해체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히며 "그런 생각이 현실적으로 법률에 스며들고 있는데 온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자신의 사업이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되면 어느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중투표제ㆍ집단소송제 등은 부작용을 막을 장치가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일본이 지속적 엔저정책을 기조로 한 '아베노믹스'를 강화하는 데 대해 "일본 수출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고 국내 기업은 불리한 것이 확실하다"면서 "우리는 경제성장에 수출이 중요한 만큼 드러나지 않게 '환율정책'을 구사하면서 수출 확대를 위한 금융지원은 과감하게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요즘 무역흑자 행진에 주목하는데 '불황형 흑자'는 한국 경제에 의미가 없다"며 "지난해 대비 수출 증가율이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을 엄중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관련, "비정상적 금융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이어서 놀랄 일이 아니지만 신흥시장에 주는 충격이 큰 문제"라며 우리 수출에 1차적으로 줄 타격을 우려했다. 중국이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경제성장률 저하를 감수하는 정책 전환에 나선 것도 대외적 위기의 주요 요인으로 꼽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더불어 중국 내수시장 침투를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남북 간 개성공단 정상화 협의가 진척이 없는 데 대해서는 "국가 간 외교는 결국 경제적 이해득실을 배경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남북도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경제 콘텐츠가 없이는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하기 어렵다"고 밝혀 개성공단 유지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꼭 실현시켜 미국ㆍ중국ㆍ일본 기업 등도 입주하게 하고 국경지대에 우리는 물론 중국ㆍ러시아ㆍ미국 기업까지 참여하는 공단을 개발할 뿐 아니라 러시아 가스관과 시베리아 철도 연결 등 경제 콘텐츠를 다양하게 발전시켜야 박 대통령이 말하는 '동북아 평화협력 체제' 속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내고 통일 기반 구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약력


▲1943년 전북 군산 ▲1961년 군산사범학교 ▲1969년 서울대 상대, 행정고시(6회) ▲1972년 미국 윌리엄스대 경제학 석사 ▲1989년 한양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1985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장 ▲1993년 노동부 차관 ▲1994년 경제기획원 차관 ▲1995년 총리실 행정조정실장 ▲1996년 정보통신부 장관 ▲1998년 청와대 정책기획∙경제수석비서관 ▲1999년 재정경제부 장관 ▲2001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16ㆍ17ㆍ18대 국회의원 ▲2005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2006년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2007년 중도통합민주당 원내대표 ▲2012년 건전재정포럼 대표



'한강의 기적' 주도 경제관료… 새정부서도 총리후보 등 단골 거론


■ 강봉균 대표는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는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내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김영삼 정부 때 경제기획원 차관과 장관급인 국무총리실 행정조정실장,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내며 일찌감치 능력을 검증 받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특히 행정고시 6회로 지난 1969년 관가 입문과 동시에 기획담당 사무관으로 출발해 경제기획국장, 기획담당 차관보로 경제개발 5개년계획 수립을 다섯 차례나 주도하며 1970년대 한강의 기적의 산증인이 됐다. 풍부한 아이디어와 비상한 기획력으로 기획원 시절 '꾀주머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 가난으로 군산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 서울대 상대에 진학, 행시에 합격한 그의 노력은 관가에서 입지전적으로 평가 받기도 했다.

공무원 생활을 끝내고 2000년 16대 총선 때 경기 분당에서 출사표를 던졌지만 낙선한 후 2002년 8ㆍ8 재보궐선거에서 고향인 군산에서 당선돼 18대까지 내리 3선 의원을 지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경제공약을 총괄해 대선 승리에 기여하고 집권여당의 정책위의장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야당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필요성을 옹호하고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보편적 복지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지난해 총선시 민주당 공천에서 결국 고배를 마셨다. 그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천 탈락의 씁쓸함이 가시지 않은 듯 "국회의원을 10년 했는데 결산해보면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강 전 장관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표풀리즘식 공약들이 우후죽순 커나가자 전직 경제관료와 학계ㆍ언론계 인사 100여명이 참여한 '건전재정포럼'의 대표를 맡아 정치권과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재정지킴이로 나섰다. 건전재정포럼은 정치색을 배제하고 중립적 입장에서 복지와 재정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와 정치를 넘나들며 보여준 탁월한 식견과 경험이 부각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한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유력후보로 거론됐으며 이후 새 정부 첫 조각시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단골로 올랐다. 강 대표는 5월 말 새누리당이 6월 국회에 앞서 개최한 의원 워크숍에 초청돼 탁월한 경제분석과 대응 방안, 조화로운 경제민주화 정책을 제시해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강 대표 같은 지장(智將)을 잃었으니 선거에 연전연패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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