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 영웅전] 죽음의 궁도, 매화육궁

제4보(53~66)



초속기 TV 바둑이라도 두듯이 빠르게만 두던 이세돌의 손길이 신중해졌다. 콩지에가 흑55로 몰았을 때 이세돌은 또 3분쯤 뜸을 들였다. "뭔가 파격적인 공격수단을 생각하는 눈치 같아요."(박영훈) "이세돌은 승부처에 아주 민감해. 여기가 승부처라고 느끼고 있을 거야."(유창혁) "아주 무식하게 공격한다면 이것인데…."(박영훈) 참고도1의 백1 이하 9가 사이버오로의 생중계 사이트에 올려졌다. 박영훈이 그린 그림이었다. "그건 좀 심해 보이는걸."(유창혁) 흑59까지는 일단 외길이다. 여기서 이세돌은 좌변의 백을 살리지 않고 60으로 딴전을 부렸다. "그 수가 의외로 강력하군요. 좌변의 백을 일부러 잡혀 주겠다는 발상입니다."(박영훈) 흑이 좌변의 백을 잡아도 그 형태는 이른바 매화육궁이다. 외곽이 백에게 둘러싸이면 흑대마는 백 6점을 잡고서도 죽음의 궁도인 것이다. "대단한 자신감이야. 외곽이 아직 봉쇄되지도 않았는데 잡겠다고 나서다니. 약간은 무리성인데…."(유창혁) 흑으로서는 일단 흑61로 좌변을 접수하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좌변의 백은 아직 명맥이 끊긴 것은 아니었다. 패로 버티는 수단이 남아있었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되는 것이 좌상귀 흑대마의 사활이다. 흑이 좌변의 백을 뒷맛 좋게 잡아먹으면 좌상귀의 흑이 다 잡히게 되어 있다는 사실이 포인트. 실전보의 흑61로 참고도2의 흑1에 내려서면 될 것 같지만 백은 2 이하 10으로 공격한다. 좌변 흑대마는 활로가 없다. 그렇다고 수순 가운데 흑7을 생략하면 그 방면의 흑이 모조리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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