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비대위 시작부터 비중 놓고 이견

중진 온건파는 축소 초ㆍ재선은 확대 주장

당 대표 없는 한나라당을 한시적으로 이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11일 첫 회의를 열었지만 비대위 역할을 둘러싼 이견을 드러냈다. 온건파 중진의원들은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기구로 선을 그었지만 초ㆍ재선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의원들은 쇄신의 방향까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때문이다. 6선인 홍사덕 의원은“비대위의 가장 큰 임무는 새 지도부가 당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뒷받침 하는 것”이라면서 “어떤 방침을 가지고 당을 이끌어 갈지는 당 대표 출마자들이 의견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 역할을 전대 준비로 한정한 발언이다. 3선 이병석 의원도“쇄신으로 가는 방법은 조용한 개혁”이라면서 “집권 여당의 리더십을 무한정 과도기 체제로 두는 것은 국민에 대한 책임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재선인 김기현 의원은“비대위가 전대만 준비하는 사무국으로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당과 정부, 청와대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에서 비등한데 비대위에서 적어도 쇄신 방향성을 제시하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한 기본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선 안형환 의원도“비대위는 이름 그대로 정상이 아닌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대책을 만드는 게 임무”라며 역할 확대를 촉구했다. 이 같은 당내 의견 차이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초선 김영우 의원은“당의 쇄신이라는 대의 명분을 갖고 일하면서 초선 따로 재선 따로 가지만 국민들이 볼 때는 다 같은 국회의원이고 특권층”이라면서“따로 가는 것은 오히려 이전투구나 권력 투쟁으로 비춰지기 딱 좋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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