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일 올들어 두번째로 콜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콜금리가 한해 두번 인상된 것은 지난 2000년(2월,10월) 이후 처음으로, 한은이일단 국내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을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앞다퉈 올리고 있는데다 시장금리와 지표금리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금리인상의 압박요인이 된 것으로분석됐다.
◇경기회복 낙관속에 물가상승 압박 선제 대응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0월에 이어 두달만에 다시 콜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4년간 유지해온 저금리정책의 최대 명분이었던 국내경기의 침체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올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이 4%대 후반에 달하고 내년에는 5%성장으로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놨다.
또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5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2.4%)으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하반기 3.4%까지 오르며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됨으로써 6개월 시차를 앞두고 통화정책적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다.
특히 물가안정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한은으로서는 선제적인 대응을 놓칠 경우 내년에는 물가를 잡기 힘들 것이라는 압박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기업의 구조조정 압력이 약화되고 경직적인 금리정책으로 인해 경기조절 수단으로서 금리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이날 콜금리 인상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선진국 금리인상 행진에 보조
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최근 저금리 기조를 마감하고 속속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도 한은에는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지난달 정책금리를 연 4.00%로 끌어올린데 이어 내년초까지 4.50%선까지연속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 지난 1일 유럽중앙은행(ECB)도 5년반만에 정책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만약 금통위가 콜금리를 계속 동결할 경우 미국과의 정책금리 격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져 자본의 해외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해 6월 이후 지난달까지 12차례에 걸쳐 연속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한데 비해 금통위가 한해 1,2차례의 콜금리 조정으로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자금시장의 왜곡 우려도 감안 채권시장에서 지표물인 3년만기 국고채의 금리는 연 5.2%선까지 치솟아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금리와 정책금리의 격차가 1.00%포인트 정도가 적절하다는 시장의 기준으로미뤄 지나친 것으로, 이대로 방치할 경우 자금시장의 왜곡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또 정부의 강경대책으로 주춤했던 부동산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는데 대해 한은의 저금리기조가 한몫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이번 결정으로 다소 누그러뜨릴 수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가계부채가 어느정도 정리되면서 소비체질을 건실화할 필요가 있다는지적에 대해 이번 콜금리 인상으로 통화정책 운용에 여유를 갖겠다는 의도를 내비친것으로 해석된다.
◇내년초 추가 인상 여부 주목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이르면 금통위가 내년 1.4분기에 콜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
그러나 투자가 되살아나지 않는 등 경기회복의 구조가 취약해 언제라도 꺾일 수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리정책 기조를 급격하게 바꾸는데 대해서는 한은도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지난 2002년에도 일시적인 경기회복세를 보이자 금통위는 5월 한차례 콜금리를인상했으나 이듬해부터 다시 인하로 돌아선 바 있다.
아울러 일본과 유로권이 보수적인 금리정책을 유지하면서 원화가치가 엔화나 유로화에 비해 큰 폭으로 절상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결국 한은은 이달 콜금리 인상후 내년 1월에는 일단 경기상황을 관망한뒤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경기에 부정적 영향 감지될 경우 동결행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1월 금리인상은 한해의 개막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