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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중요한 것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 성공하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샤오미가 대주주로 있는 킹소프트와 협력 중인데, 성과가 좋으면 샤오미에 한컴의 웹오피스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상철(62) 한글과컴퓨터 회장은 8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세계 최대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인 중국에서 내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글로벌 진출은 오는 10월께부터 글로벌 오피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라며 "중국은 물론 남미, 러시아, 인도, 중동 등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영향력이 덜 미치는 글로벌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인 MDS테크놀로지의 해외법인을 거점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거나 킹소프트처럼 해외 파트너사들과 업무협약(MOU)을 맺어 진출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해외기업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인도, 싱가포르, 중국 등 글로벌 공략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현재는 남미시장 진출을 위해 소프트웨어 유통 업체 인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수합병을 통한 기술 확보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러시아나 중국 등 기술기업들의 장점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회사를 인수하든가 기술만 사든가 해서 한컴이 모자란 부분을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어 "늘 우수한 기술, 미래 기술 등을 지켜보면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산학연 협력을 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기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 중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또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1원을 투자를 하더라도 전 계열사 전무급 이상이 모여 논의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투자가 비로소 진행되는 게 한컴의 룰이다. 한컴그룹은 지난해 6월 인수합병과 글로벌화를 핵심으로 한 소프트웨어(SW) 그룹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총 14개 회사가 있으며 이중 MDS테크놀로지, 한컴, 소프트포럼, 한컴지엠디는 상장사다. 각 계열사는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이다. 예컨대 보안 업체인 소프트포럼은 각종 기기에 들어가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에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이다.
내실 다지기도 김 회장의 강조 포인트다. 그는 "복리후생뿐 아니라 직원들에게 독립성을 높이는 사내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 한컴 회장에 취임한 뒤 적극적인 사내 벤처 육성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조업이든 정보기술(IT)든 결국 성패를 좌우하는 건 종업원의 사기이죠. 사내벤처는 결국 한컴의 글로벌 전략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고요." 김 회장은 지난해 사내벤처공모전에서 우승한 레터플라이(디지털북 사업)를 미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도록 지원해줬다. 실패를 자산으로 여겨 사내벤처가 비록 실패하더라도 다시 한컴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100% 보장해주는 것도 특징이다.
한컴의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드림시드'를 운영하는 '한컴핀테크'도 사내 벤처다. 이 회사는 오는 10월부터 한중일 크라우드 펀딩 기업과 공동투자를 통해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 선도에 나선다. 블랙포트시큐리티(보안), 한컴인터프리(음성인식 자동통번역) 등도 쑥쑥 커 나가고 있다.
한편 김 회장은 금호전기 영업본부장 시절인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지자 금호미터텍을 인수해 사업에 뛰어든 뒤 2010년에는 적자에 시달리던 한컴을 인수해 지난 2·4분기엔 분기 최고 실적(매출 225억원, 영업이익 95억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