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일장을 떠돌며 화장품을 파는 장돌뱅이 아줌마가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에 훈훈한 장터 이야기를 곁들인 수필집을 펴냈다.
시골 장터 동동 구리무 장수인 안효숙씨(42)은 힘 없는 여성으로 견뎌내야 했던 쓰라린 과거와 장터 사람들을 통해 엿본 진정한 삶의 모습을 소재로 한 책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마고북스 출판)`를 출간했다.
닷새 주기로 충북 옥천ㆍ영동과 충남 금산ㆍ신탄진, 전북 무주 등지의 장터를 옮겨다니며 좌판을 펴고 싸구려 화장품을 파는 그녀의 직업은 말 그대로 `장돌뱅이`다.
안씨가 장돌뱅이로 나선 것은 지난 98년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의류대리점이 부도나면서부터. 식당 허드렛일에서 면사무소 일용직 청소원까지 슬하의 두 남매를 위해 돈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문학 소녀의 꿈만은 접지 못하고 하루 하루의 경험과 감상을 메모형식으로 써 내려간 것이 수필집으로 탄생하게 된 계기.
`장터 사람들의 억척스런 삶을 한 줄 한 줄 쓰다 보면 어느새 지친 육신 언저리에서 새로 솟구치는 힘과 용기를 느낀다`는 그녀는 실의에 빠진 주변 사람과 이 같은 감정을 나눌 목적으로 몇몇 여성전문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올림으로써 널리 알려지게 됐다.
안씨는 “어느 장터든 내 자리는 따로 정해져 있어요. 햇볕이 잘 들고, 아는 사람이 지나가면 숨기 쉽고, 손님이 뜸할 때 책 읽기 좋은 건물 앞 계단 주변이 그 곳이지요”라며 “장터 생활 2년여 만에 어느덧 단골까지 적잖게 둔 터줏대감”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김성수기자 s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