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 족 수만 명을 학살해 악명을 떨쳤던 '케미컬 알리' 알리 하산 알-마지드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측근 중 가장 먼저 18일 이라크 법정 심리에 출두했다.
이번 심리는 후세인과 측근 11명에 대한 재판이 빠르면 이번 주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한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총리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러나 라드 알-주흐이 수석판사는 이번 심리는 정식재판과는 별도로 진행된 것으로 정식 재판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고 BBC와 CNN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이날 심리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심리가 끝난 후 언론에 공개된 비디오에 따르면 '케미컬 알리'는 전 국방장관 술탄 하심 아흐마드와 함께 수갑을 찬 채 이라크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법정에 나타났다.
양복 차림인 그는 콧수염을 기르고 머리가 셌으며 약간 수척한 모습으로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었지만 경호원들에게 미소를 보낸 뒤 판사 앞에 놓인 책상에 앉았다.
알-주흐이 판사는 "알리 하산 알-마지드와 술탄 하심은 심문을 받았고 변호인들도 대동했다"고 전했다.
이날 심리에 참석한 변호사 한 명은 4시간 동안 진행된 심리에서 쿠르드족 학살 혐의가 집중 추궁됐으며 알-마지드는 "40년간 군에 복무하면서 한 번도 징계받은 적이 없다. 미국인들이 내 뒤에 앉아있는 이런 법정에 앉아있을 수 밖에 없게 돼유감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미국 대사관 측은 미국 관리가 법정에 있었는지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이라크 남부군 전 사령관이자 후세인의 사촌인 알-마지드는 지난 1988년 북부쿠르드족 마을인 할-아부자에서 5천명을 독가스로 살해하는 등 쿠르드족 약 10만 명을 학살한 혐의로 미군이 작성한 이라크 전범 55명 명단 중 5번 째에 올랐다가 지난해 8월 체포됐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