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강남 중층 재건축은 불허하고 저밀도 아파트 재건축은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고밀도와 저밀도의 명암이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이번 방침은 재건축을 이용한 집값상승은 엄격히 통제하면서 주택공급 확대라는 재건축의 순기능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따라서 용적률 규제로 재건축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개포 저밀도 아파트의 경우 사업추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압구정ㆍ잠원동 일대 고밀도 아파트는 재건축 자체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저밀도 재건축 활성화 방안은=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공급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저밀도 활성화 카드를 꺼낸 것은 저밀도 아파트가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강남권의 대표적 저밀도 밀집지역은 저밀도지구로 지정된 반포ㆍ잠실ㆍ청담ㆍ도곡ㆍ암사ㆍ명일지구와 개포 주공이 있다. 이중 잠실지구의 경우 3ㆍ4단지에 이어 1ㆍ2단지 등은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어 이번 저밀도 활성화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청담ㆍ도곡지구도 사업추진이 빨라 일부에서 일반분양이 이뤄지고 있어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기조를 감안할 때 효율적인 토지이용,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이라는 재건축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저밀도 활성화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용적률 일부 상향 허용, 획일적인 층고제한 일부 완화, 개발이익환수제 적용으로 짓는 임대주택의 대형화 등을 통해 일반분양 물량과 대형 평형을 늘리는 방안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규제완화는 집값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건축 추진절차 투명화를 위한 규제의 칼날은 거두지 않은 채 집값 동향을 면밀하게 검토해가며 규제를 일부분씩 푸는 순서를 밟을 것으로 분석된다. ◇개포 저밀도 사업탄력 받나=저밀도 아파트 활성화 조치가 내려질 경우 가장 큰 효과가 나타나는 지역은 개포 저밀도 아파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저밀도지구는 250%를 적용받는 3종으로 지정돼 주택공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개포 주공의 경우 지난 2002년 서울시가 특별계획으로 평균 상한 용적률을 200% 이하로 묶으면서 사업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강남구가 올해 초 용적률을 배정하면서 1~4단지 저밀도 아파트 허용 용적률을 177%로 규정, 잠실ㆍ반포 등 다른 저밀도지구에 비해 100% 가까이 용적률이 낮아지게 됐다. 분양승인을 받은 잠실 주공 2단지는 299%, 분양을 앞둔 잠실 주공 1단지는 276%에 이른다. 용적률 제한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조합설립인가까지 마친 1단지의 경우 사업추진이 난관에 봉착했다. 82년에 지어진 개포 저층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안전진단을 통과했거나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저밀도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용적률 상향이 이뤄질 경우 개포 저밀도 아파트의 사업성이 크게 높아진다. 용적률이 50% 정도 상향될 경우 개포지구에서만 최소 1,000여가구의 주택이 추가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장영수 개포1단지 재건축조합장은 “용적률 177%는 도저히 재건축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현재 2종에서 3종으로 상향될 경우 중대형 평형과 일반분양 물량 모두를 늘리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고밀도 재건축 물 건너가나=고밀도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이 주택공급 확대보다는 집값상승을 통해 조합원들의 재산을 늘리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게 건교부의 판단이다. 중층 아파트는 예비 안전진단 등 초기 단계에서부터 재건축을 엄격하게 통제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진단도 통과하지 못한 대다수 초기 단계의 중층 아파트는 재건축 자체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초고층 재건축 추진으로 가격이 급등한 압구정 일대 중층 아파트는 안전진단 절차만 엄격하게 적용해도 통과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아파트가 ‘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선택한 일대일 재건축도 추진이 불투명해진다. 반면 재건축의 대안으로 규제가 완화된 리모델링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연구소장은 “재건축이 재산증식의 수단이라는 기대를 버리고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사용 연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