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싹… 올 여름 피서는 계곡으로

싱그러운 바람… 수정같은 계곡… 여기가 무릉도원

구천동계곡은 덕유산 정상 부근에서 발원한 물이 전북 무주군 설천면 소천리에 있는 나제통문까지 이어지는 25㎞의 계곡으로 더위를 씻어준다.

불영사계곡은 사람에 따라 한라산 탐라계곡을 대신해 지리산 칠선계곡, 설악산 천불동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꼽을 정도로 아름답다.

장마전선이 제주도 해상으로 물러나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다시 찜통더위가 찾아와 주말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특히 올 장마는 예년보다 길지만 찜통더위를 동반한다고 예보됐다.

찜통 속에서도 그나마 시원한 곳이 있으니 다름 아닌 계곡이다. 피서지로 계곡이 좋은 이유는 맑고 깨끗하고 차가운 물로 더위를 식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여름의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는 나무그늘과 정상에서부터 골짜기를 따라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에 계곡은 시원하다. 그리고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몸을 가뿐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나라답게 폭 1~2m의 작은 개울에서 30~40m나 되는 강 같은 계곡까지 국토 구석구석에 셀 수 없이 많은 계곡들이 있다. 명성에 비해 작고 초라한 곳에서 크고 웅장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까지, 또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한 곳과 호젓해서 낭만적인 곳까지 일별해 가족여행지로 적합한 계곡들을 추려보았다.

■ 경상권

거북바위엔 선조들 새긴 글귀가

◇거창 수승대=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월성계곡ㆍ위천계곡을 거쳐 흘러들어오는 곳에 수승대가 자리하고 있다. 삼국시대에는 백제에서 신라로 가는 사신을 송별하던 곳이었기 때문에 '근심 수(愁)'자와 '보낼 송(送)'자를 써서 '수송대'라 불렸는데 퇴계 이황이 이곳의 풍경을 예찬하는 시를 지은 뒤부터 수승대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구름다리처럼 생긴 구연교 앞에 서면 바로 거북바위의 형상이 눈에 들어오는데 바위에 촘촘하게 새겨진 것은 선비들이 새겨놓은 글귀들이다.

▲위치: 경남 거창군 위천면 황산리 750의3

▲주변볼거리: 월성계곡ㆍ덕유산

명소 30곳 진풍경… 국내 3대계곡

◇울진 불영사계곡=기암괴석 사이를 돌고 돌아 흐르는 물줄기가 한번 숨을 들이킬 때마다 짙푸른 소가 하나씩 자리한 불영사계곡은 경북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에서 서면 하원리에 이르는 총 15㎞ 길이의 아름다운 계곡이다. 광대코바위ㆍ주절이바위ㆍ부처바위ㆍ조계등ㆍ창옥벽ㆍ명경대ㆍ의상대ㆍ산태극ㆍ수태극 등 그 생김에 따라 이름을 붙인 멋스런 명소가 30여곳이 넘을 정도로 진풍경을 이루고 있다. 혹자는 불영사계곡을 한라산 탐라계곡을 대신해 지리산 칠선계곡, 설악산 천불동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꼽는다.

▲위치: 경북 울진군 서면 하원리

▲주변볼거리: 경북민물고기생태체험관ㆍ불영사ㆍ왕피천계곡

■ 전라권

깊고 넓은 계곡많아 지리산서도 으뜸

◇구례 피아골계곡=피아골계곡은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 중턱에서 발원한 물이 임걸령, 불무장, 피아골 삼거리, 연곡사를 지나 섬진강으로 빠져나가는 20㎞의 긴 계곡이다. 깊고 넓은 계곡이 많은 지리산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피아골계곡은 가을단풍으로 더 유명하다. 피아골 단풍은 지리산 10경 중 2경에 들 정도로 빼어나다. 지리산 최고의 단풍을 만들어내는 나무들이 여름에는 진초록의 상쾌한 녹음을 계곡에 드리운다.

▲위치: 전남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912의1

▲주변볼거리: 화엄사ㆍ화엄사계곡ㆍ수락폭포

구절양장 9000굽이…길이만 25㎞

◇무주 구천동계곡=구천동계곡은 덕유산 정상 부근에서 발원한 물이 설천면 소천리에 있는 나제통문까지 이어지는 25㎞의 계곡이다. 구절양장(九折羊腸) 9000굽이를 헤아린다는 계곡에는 제1경 나제통문을 시작으로 제33경인 향적봉(1614m)까지 구천동 33경이 줄을 잇듯 이어져 있다. 삼공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 제15경 월하탄ㆍ인월담ㆍ사자담ㆍ청류동ㆍ비파담ㆍ다연대ㆍ구월담ㆍ금포탄ㆍ호탐암 등등을 거치며 백련사까지 6㎞의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위치: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주변볼거리: 덕유산ㆍ칠연계곡ㆍ반디랜드

■ 충청권

이황, 풍경에 반해 아홉달 머물던 곳

◇괴산 선유동계곡=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하는 대야산(931m)에서 시작하는 괴산 선유동계곡은 같은 산에서 시작하는 또 다른 선유동 계곡인 문경 선유동계곡과는 다른 계곡이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에서 괴산의 선유동계곡을 외선유동, 문경 선유동계곡은 내선유동으로 구분하고 있다. 퇴계 이황이 선유동계곡의 풍경에 반해 아홉 달 동안 머물며 선유동문ㆍ경천벽ㆍ학소암ㆍ연단로ㆍ와룡폭ㆍ난가대ㆍ기국암ㆍ구암ㆍ은선암 등 9곡의 이름을 지었다고 전한다. 문경 선유동계곡에 비해 길이는 짧지만 물길이 넓고 깊어 물놀이하기에 좋다.

▲위치: 충북 괴산군 청천면 지경리

▲주변볼거리: 화양동계곡ㆍ쌍곡구곡

천연 수영장 중선암 등 볼거리 풍성

◇단양 선암계곡=월악산국립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는 선암계곡은 상선암ㆍ중선암ㆍ하선암으로 나뉘어지는데 세 개의 바위가 모두 단양팔경에 들어간다. 상선암은 옹기종기 모여앉은 바위들이 속삭이는 듯하고 중선암은 거대한 바위로 만든 천연 수영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하선암은 이색적인 바위들이 저마다의 모습을 자랑한다. 계곡의 아름다움에 취해 이름을 남긴 선인들이 한둘이 아닐 만큼 하나하나가 모두 절경이다. 단양팔경에는 바위의 이름으로 올라가 있지만 그 계곡미와 풍경이 이를 데 없이 아름답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위치: 충북 단양군 단성면 대잠리 295, 가산리 877, 가산리 산 69의16

▲주변볼거리: 천동동굴ㆍ소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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