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기업 개혁 와중에도 낙하산 파티는 계속되고 …

지난주 임명된 4명의 금융 공기업 감사 가운데 3명이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거나 총선에서 낙선한 정치권 백수들로 채워졌다.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캠코)·기술보증기금이 문제의 공공기관이다. 개혁을 밀어붙이는 와중에 이뤄진 낙하산 인사에 적이 당혹스럽다. 지난해 연말 공기업 사장에 이은 제2차 낙하산 투하다.

대선 캠프 출신이라고 해서 공기업 감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전문성과 경험이 떨어진다면 사정은 다르다. 문제풍 신임 예보 감사는 국회 공무원 출신으로 두 번이나 선거판에 뛰어들었다가 18대 대통령선거 때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경력 어디를 봐도 예금 보장 및 금융시장 안정이 주 업무인 예보와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광진구청장을 지낸 정송학 캠코 감사나 연제구청장과 국회의원 출신의 박대해 기술보증기금 감사 역시 금융 문외한이기는 마찬가지다. 대선 공신에 대한 보은인사라는 세간의 지적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공기업 감사는 연봉이 2억원에 육박하는 데 비해 책임질 일은 별로 없어 흔히 '꽃 보직'으로 통한다. 역대 정권마다 대선 공신이나 청와대 보좌진, 총선 낙선 인물들에게 감사 자리를 나눠준 연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감사 자리는 원래 그런 곳이 아니다. 사장과 노조의 야합을 막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부여된 자리다. 지금과 같은 공공기관 개혁 시대에는 어떻게 보면 감사가 사장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감사에 의한 내부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지금과 같은 막장 경영의 폐단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적했지만 공공기관 개혁의 첫 단추는 인사의 정상화에 있다. 억대 연봉이 보장되는 공기업 자리를 대선 공신에게 나눠줄 선물 정도로 여기거나 정치권으로 다시 가는 중간 기착점으로 삼는 관행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뜯어고쳐야 할 혁파의 대상이 개혁을 외친다면 누가 진정성을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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