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참았으면 백승이었다

제7보(128~160)


구리는 백28에 꼭 10분을 썼다. 10분은 그가 이 바둑을 두면서 가장 오래 생각한 기록에 해당한다. 천야오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노타임으로 29에 몰아버렸다. 백이 좌변의 흑 3점을 잡은 이득은 10집 정도. 흑이 상변의 백 1점을 잡은 이득도 12집 정도. 계산상으로는 흑이 2집쯤 이득을 보았다. 그러나 흑은 이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쫓기던 흑대마가 풍부한 안형을 자랑하게 된 것이다. 이 바꿔치기는 필연이었을까. 서봉수는 필연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을 다시 면밀히 살피고 넘어가기로 한다. 참고도1의 백1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흑2에서 4로 백 한 점을 끊기면 무조건 흑의 역전승일 것이다. 참고도2의 백1로 모는 수는 어떨까. 그것은 흑2, 4가 흑의 권리로 남는다. 이 정도의 손실쯤은 백이 당해 주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서봉수의 설명을 들어 보면…. “사실 그렇게 양보했으면 백이 이 바둑을 이겼을 공산이 크지요. 그런데 대국심리란 것이 묘해서….” 좌변의 흑 3점을 잡으면 손실이 커버될 수 있다고 구리는 생각했던 것인데 그것이 실수였다. 역시 참고도2처럼 참아야 했던 것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