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산책] 잃어버린 10년 되찾은 일본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너무도 먼 나라이며, 잘 안다고 하지만 잘 모르는 나라인 일본은 우리의 선진 모델이자 경쟁자, 고객이자 협력자 등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할 나라이다. 아시아 대륙 동북쪽 태평양 연안에 우리나라와 이웃한 섬나라 일본은 훗카이도ㆍ혼슈ㆍ규슈ㆍ시코쿠 등 네개의 큰 섬과 그 외 4,000개의 작은 섬들로 둘러싸여 있는 총면적 377,708㎢, 인구 약 1억2,000만명의 나라이다. 일본은 풍부한 강우량과 온화한 기후로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이며 전국에 울창한 삼림과 아름다운 초원이 펼쳐져 있고 산업이 대도시에 치중돼 있다. 일본은 약 3,000년 전부터 역사가 시작됐지만 국가로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7세기 초이다. 그 후에 나라ㆍ헤이안시대를 거쳐 12세기에 전국시대에 들어 1,600년부터 약 300년간 패자인 장군이 실질적인 통치를 하는 도쿠가와 막부체제가 계속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패전으로 지난 52년 독립을 되찾아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치 체제는 의회 중심의 내각책임제로 이어져오고 있으며 급속한 경제 재건과 공업화로 경제 대국으로 비약하게 된 나라이다. 지금은 경제 대국이지만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후 5~6년이 지날 때까지만 해도 극도로 혼란했으며 쌀과 식료품이 모자라 굶어죽은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이다. 일본은 어떻게 해서 40여년간에 이처럼 융성한 나라가 됐을까. 일본 국민의 자질인가, 아니면 참을성과 단결심 때문인가. 국민 개개인을 살펴볼 때 그들의 장점이나 우수성이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들의 성공 이유로 우선 성실성을 들 수 있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요금징수원이 모두 남자이고, 또 나이가 65세 이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 눈에 띈다. 그뿐 아니라 허리가 꼬부라진 노인이 여관의 종업원으로 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민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것도 그들의 강점이다. 일본 국민들은 학생과 교사 모두 독서를 통해 함께 배우고 살아가는 기쁨을 느끼며 참된 인류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인생에서 그것을 유형ㆍ무형으로 살려나간다. 도쿄는 출판ㆍ인쇄의 중심지이며 각종 전문서점을 포함해 총 150개의 서점이 밀집돼 있다. 일본은 서적ㆍ잡지의 발행 규모가 연간 60억부, 판매 금액으로는 23조엔에 달하는 독서 강국이다. 서민들이 살기 편한 나라라는 점도 국민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배경이다. 도쿄는 1,500만명이 모여 사는 곳이지만 고가도로와 고속도로, 수많은 지하철 등 교통망이 잘 갖추어져 있다. 서민들이 살기 편한 도시이다. 화려하게 장식된 큰 도로변이 있는가 하면 먼지투성이의 집과 골목길도 있다. 이러한 잡다한 도시의 약동이 그대로 에너지가 돼 새로움을 창조해내고 있다. 도청사 역시 일본을 대표하는 빌딩으로서 각종 최첨단기기 및 시스템을 도민에게 우선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도쿄 지역은 쓰레기 매립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약 74만평(쓰레기 약 1,600만톤)에 공장단지ㆍ주택단지ㆍ산업시설ㆍ공공시설 등을 건설하기도 했다. 한국의 장래를 생각할 때 일본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나가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한국이 좋든 싫든 일본과의 협조와 경쟁관계는 계속될 것인데, 일본에 대한 지식과 그들에 대응할 지혜가 우리는 너무 적은 것 같다. 문명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우리나라의 각계각층 지도자들은 일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지 한번 되새겨보고 우리나라의 장기적 성장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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