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中 부동산 광풍… 80년대 日 거품과 닮은꼴?

환율문제에 재정확대등 유사 "日버블붕괴 전철 밟나" 우려
고성장 中은 경제 체질 달라 "단순한 비교는 무리" 반론도

중국이 고도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급격한 부동산개발을 추진하면서 투기열풍이지 속 돼 거품발생에 대한 우려가커지고 있다. 사진은 중국의 한공업지대에서 새건물을 짓기위해 불도저로 낡은 건물을 철거하는 장면. /사진=서울경제DB




중국의 부동산 광풍이 끝간데 없이 진행되고 있다. 베이징ㆍ선전 등 대도시 부동산 가격은 이미 지난 9월을 전후해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고 상승속도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12월 들어 중국 정부가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기존 주택 매매시 부여하던 양도세 면제 혜택을 축소한다고 발표했지만 부동산 값은 더욱 더 뛰고 있다. 베이징의 올해 초 기존 아파트 평균 가격은 평방미터당 9,850위안이었지만 12월에는 무려 70.2% 상승한 1만6,760위안으로 급등했다. 지난 11월 초에는 홍콩의 한 투자자가 베이징 도심 차오칭반 지역의 아파트 25채를 평방미터당 1만8,000위안(312만원)의 가격에 총 1억위안(172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이 거래로 25채를 소유하고 있던 기존 집주인은 7000만위안(120억원)이 넘는 이득을 챙겼다. 부동산 과열은 정부의 토지매각 과정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지난 23일 상하이시 정부의 신장완청 개발 지구 매각 입찰에서 중국의 모 국영기업이 사상 최고치인 평방미터당 3만2,484위안의 가격에 총 37억2,000만위안을 주고 최종 낙찰을 받았다. 이는 최초 입찰 가격인 17억2,000만달러보다 117% 상승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국영기업이 이 부지에 대한 부동산 개발을 통해 이익을 내려면 분양가격을 최소 평방미터당 5만5,000위안에 팔아야 하는데 이는 앞으로도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가능한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정부 당국이 하루가 멀다하고 부동산 버블을 경고하면서 주택 구입시 계약금 상향 조정 등 잇달아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멈출줄 모르는 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부동산 광풍이 지난 90년대초 일본 부동산 거품 붕괴의 전철을 밟고있는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은 85년을 전후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해 부동산 가격(상업용 기준)이 91년 5배 가까이 급등했다가 이후 거품이 붕괴, 경제가 고꾸라지기 시작하면서 전후 최장기 침체기인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한 바 있다. 환율 문제부터 시작해 내수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재정ㆍ통화 확대 정책, 부동산 경기 확장을 통한 경제 성장 견인 등 국내외적 제반 경제 상황이 20여년전의 일본 경제상황과 비슷하다는 데서 중국이 일본을 닮아가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환율 문제를 둘러싼 국제 정치ㆍ경제적 상황도 유사하다. 80년대 들어 심각한 재정ㆍ무역적자, 이른바 쌍둥이 적자에 신음하며 경제 위기를 맞았던 미국은 급기야 일본 등 선진 5개국에게 자국 경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 달라고 반강제적으로 요구한다. 그 결과물이 미국, 일본 등 선진 5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이 지난 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만나 환율에 관한 합의를 한 그 유명한 '플라자 합의'다. 당시 미국의 타깃은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일본의 엔화였고, 국제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엔화 가치를 올려 달라는 것이 합의의 골자다. 플라자 합의 다음날 달러당 235엔이던 환율은 20엔 떨어진 215엔을 기록했고 이후 1년간 내리 하락하며 120엔까지 곤두박질쳤다. 급격한 환율 하락으로 수출 경기에 직격탄을 맏게 된 일본은 대응책으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 인하, 대출 확대 등의 강력한 경기 확장책을 구사하게 된다. 플라자 합의가 이뤄졌던 지난 85년 일본의 은행 대출액은 260조엔이었으나 이후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공격적 대출을 일으키면서 90년대 초에는 2배 가까운 500조엔에 육박,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 기간중 돈이 엄청나게 풀리면서 시중 유동성은 GDP의 40~50% 규모로 늘어났으며 이는 대부분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의 중국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국 화폐의 평가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점이나 국가 경제의 성장 엔진을 수출에서 내수로 바꿀려고 하는 것이 그렇다. 중국 스스로도 내년초 위안화 평가 절상에 대비, 수출 수요를 내수로 전환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를 속속 시행하면서 올 상반기부터 은행 대출을 급격히 늘린 것도 닮은 꼴이다. 중국의 은행 대출 증가 속도는 당시의 일본을 능가한다. 올 들어 11월까지 중국의 신규 대출은 9조2,100억위안으로 연초 통화 당국의 목표치 5조위안을 2배 가까이 초과 달성했다. 정부가 올 초부터 내년까지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해 푼다고 공표한 4조위안과 이들 은행을 통해 방출된 자금중 상당 수가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자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의 경우 일본식 버블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고삐 풀린 부동산 가격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면 어떤 식으로든 거품 붕괴에 따른 심각한 경기 후유증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10% 안팎의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을 겉모양만 보고 일본식 버블을 닮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두 자릿수 안팎의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의 부동산 수요와 경제 발전 단계가 높아 저속 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의 부동산 수요는 양적인 면에서 같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당시 너나 할것 없이 기업들이 부동산 자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상업용 부동산을 닥치는 대로 매입했지만 중국은 상업용 부동산보다는 아파트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당시 일본 은행은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마구 대출해주다가 버블이 꺼지면서 엄청난 부실에 직면했지만 중국의 은행들은 현재 정부의 관치하에서 부실 대출을 제한해 가며 재무건전성을 나름대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은행대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채 안되는 수준"이라며 "일본식 버블 붕괴는 현재 상태로서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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