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간 「작은 정부」(사설)

문민정부가 내걸었던 「작은 정부」라는 목표가 구호에 그치고 있다. 정부 경쟁력이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규제철폐가 안되는 이유를 알 것 같다.통계청이 발표한 「96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95년의 공무원수는 90만5천3백98명으로 87년보다 28.4%가 늘었다. 따라서 인구 1천명당 87년 16.9명에서 95년 20.2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서기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의 숫자는 93년 7천43명에서 95년 7천6백83명으로 2년 사이에 9.1%가 증가했다. 96년에 비해서도 7.7%가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이 공무원 숫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문민정부가 약속했던 「작은 정부」의 정책의지가 헛바퀴 돌았으며 반대로 「큰 정부」를 지향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고위직 인플레는 공무원 사기진작을 명분으로 복수직급제를 도입한데다 정부기구가 확대된 결과다.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정부경쟁력 강화나 규제철폐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부 경쟁력은 작으나 효율적인 정부기구에서 나온다. 공무원이 적을수록 규제가 줄어들고 규제가 많은 나라일수록 공무원이 많다. 규제는 곧 공무원의 밥줄이기 때문이다. 문민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규제완화를 한다고 했을 때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그 박수소리가 멎기도 전에 오히려 큰 정부가 되었고 규제완화는 별로 된 것이 없다. 정부 경쟁력은 뒷걸음질쳤다. 세계적 추세와도 역행하고 있다. 미국·뉴질랜드에서는 공무원 숫자를 줄이는 행정개혁을 단행했다. 일본도 대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기업에서도 리스트럭처링이니 다운사이징이니 해서 인원과 조직을 축소, 재구축하는 노력이 한창이다. 몸집을 가볍게 하면서 효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유독 우리나라 정부만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공기업에서도 고위직 인플레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임직원수만 늘어나 경영개선과 경쟁력 향상은 말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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