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최대 고비”… 해법은 없나/청와대대선자금·당내갈등 겹쳐 “노심초사”/이 대표측YS 대선자금 입장 변화에 크게 당황/반리진영오늘 전국위 개최전 이대표 사퇴요구/야권내일 담화서 92 대선자금 전모 밝혀야『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나.』
29, 30일 정국의 중대한 분수령을 앞둔 여권 고위인사의 푸념이다.
이회창 대표의 거취에 대해 당내 여론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29일에는 신한국당 전국위원회가 열리고 30일에는 김영삼 대통령이 대선자금에 대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국위에서의 당내갈등이 국민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것은 물론 김대통령의 통치력 한계를 드러내주는 역할을 할 것이 뻔하다. 30일의 대국민담화도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권은 여전히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다.
정국 전환점을 바라보는 청와대와 여야의 입장과 전략을 점검한다.
○…국정의 중심에 서야할 청와대가 대선자금 정국을 제대로 풀지 못해 궁지에 몰렸다.
여기에 신한국당내 대선주자들의 이전투구까지 가세해 이회창 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 등 여권은 그야말로 영이 안서는 집안으로 비추어지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국정장악력 상실과 여권내 힘의 공백이 초래한 혼돈상황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30일 김대통령이 당초의 고집을 꺾고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로 한데 대해 일단 국정수습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여권내 이전투구 ▲대국민담화 내용에 대한 여론의 평가 문제 등으로 아직 노심초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29일의 전국위에서도 청와대의 뜻과 달리 반리대표 진영에서 돌발행동을 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국수습의 고삐가 아직 손에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이대표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28일 이대표와의 주례회동에서 「이대표체제유지」쪽으로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이어 29일 신한국당 대권예비주자 9명과 만나는 자리에서 당의 결속과 「경선결과에 무조건 승복할 것」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반리대표진영에서 이같은 김대통령의 당부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아직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이회창 대표측은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 입장변화에 대해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그러나 대선자금과 대표직 사퇴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전국위를 전후한 반리대표파의 공세에도 정면으로 당당히 대응하겠다는 자세다. 만일 지금 밀리면 당내경선과 이대표의 대권가도에 엄청난 장애를 초래하기 때문에 벼랑끝 전술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대표는 28일 중국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즉시 당사로 직행, 당직자회의를 주재하고 방중성과를 보고했다.
이대표측은 또 이날 청와대 주례보고를 마친뒤 청와대측이 대선자금 입장번복에 대한 배려로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28일 저녁의 상임고문단 회의에서도 이대표는 대선자금과 관련된 자신의 그동안 입장과 청와대와의 교감경위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고문들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종, 이한동 고문 등 신한국당내 반리대표진영은 29일 전국위원회 전에 이회창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들은 28일 상임고문단 회의에서는 물론 29일 청와대 대선주자 초청 오찬에서도 이대표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동 고문은 28일 한 특강에서 대표위원제 폐지와 복수 부총재제의 도입을 주장, 전날의 이대표 사퇴 촉구에 이어 대안까지 제시하는 등 공세를 더욱 구체화시켰다. 이고문의 한 측근도 『이번 사태와 관련, 이대표는 정권재창출을 앞두고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대선자금에 관한 이대표의 책임을 재삼 강조했다.
박찬종 고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간지의 운세란을 들추면서 『이대표는 오늘 두문불출해야 하는 운세로 나와있다』며 이대표를 꼬집었다.
그는 특히 이한동 고문의 복수부총재 도입 주장에 대해 『29일 전국위는 회의체이기 때문에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대표가 만약 전국위전에 사퇴하지 않을 경우 회의장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고문은 지난 27일에는 『김대통령이 전국위에서 대표를 경질해야 한다』며 『경선주자들의 의견을 외면하면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28일 『김영삼 대통령에게 지난 92년 대선자금 전모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국민앞에 사죄하라』고 거듭 촉구하며 여권을 압박했다. 여권에 닥친 위기를 최대한 즐기면서 정치적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야권은 지난 23일 대선자금공개 불가의 총대를 멘 이회창 대표에 대해서는 여당내 분란의 추이와 그것이 야권과 대선에 미칠 손익을 계산하는 듯 종래와 달리 비난을 자제하는 모습.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김대통령은 대선자금의 총규모를 반드시 밝히되 여야를 싸잡아 있지도 않은 야당의 대선자금 초과사실을 허위·과장·확대해서 물타기를 시도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변인은 대선자금 총규모와 관련, 『적어도 7천억원에서 1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한보로부터 받은 8백억원 내지 9백억원, 노태우씨의 비자금 3천억원도 밝혀야 하며 이 세가지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담화는 결과적으로 은폐담화』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국민회의와 자민련 양당 총재는 지난 27일 회동에서 『일단 김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을 지켜본다음 기대수준에 미치지못할 경우 정권퇴진문제를 포함한 단호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역설했다.<우원하·황인선·온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