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 출시로 불법 보조금 경쟁이 재현되면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과 긴급중지명령이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단통법 무용론과 속수무책으로 뒷북만 치는 정부의 무능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일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아이폰6 보조금 대란과 관련해 이동통신 3사 마케팅 담당 임원을 호출해 강력경고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3사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엄중 경고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고 말했다. 현행 단통법은 불법 보조금을 촉발한 이통사에게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고, 판매·대리점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이번 보조금 대란이 예견된 '참사'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보조금의 법정 상한선을 두고 보조금을 공시하도록 해도, 점유율 확대가 최우선 목표인 이통사들 입장에서는 불법 보조금을 뿌릴 수 밖에 없는 유인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이통사 대리점 관계자는 "보조금을 공시하도록 하고 처벌을 강화한 것 외에는 사실상 단통법 시행 이전이나 이후나 달라진 게 없다"며 "통신요금이나 서비스가 아닌 최신 폰 위주로 경쟁을 하는 현 시장 구조에서는 불법 보조금이 사라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도 "아예 모든 규제를 없애 보조금 지급을 자율화하던지, 휴대폰 완전 자급제를 시행하던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방통위와 미래부의 늦장 대처가 보조금 대란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법 보조금은 아이폰 예약가입을 시작한 지난 24일을 전후해 시장에 등장했다. 아이폰 열풍이 불 조짐이 보이자 갤럭시노트4 등 최신 국산폰을 중심으로 음성적인 보조금 살포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일주일이나 지나 아이폰발 보조금 대란이 터지자 부랴부랴 경고에 나선 것이다. 더구나 방통위는 단통법 시행 한달이 지났지만 시장 과열시 번호이동 등을 제한하는 긴급중지명령의 요건조차 정하지 못했다. 보조금 대란을 막기 위해 긴급중지명령 등의 조치를 취하려 해도 근거 규정이 없어 아예 검토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