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통일비용 논쟁의 서막

전용호 기자 <정치부>

“에너지를 빼놓고는 북한의 경제회복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에너지 지원은 북한 경제의 핵심입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2일 이른 바 ‘중대제안’에 대한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정 장관은 경수로사업이 좌초된 상태에서 북한에 전력을 직접 전송하는 방식은 북핵 문제를 수년 내 조기에 종결할 수 있는 ‘유용한 카드’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미국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은 13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제안은 북한 에너지 수요충족 문제를 비확산 위험 없이 다룰 수 있는 매우 창의적인 구상으로 우리가 처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의 최대 리스크인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던진 승부수에 미국이 긍정 사인을 한 셈이다. 이로써 일본ㆍ중국ㆍ러시아 등 6자회담국도 동의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북한은 심각한 에너지난을 타개할 좋은 대책이어서 쉽게 거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느낌이 든다. 중대제안이 비록 두루두루 기쁘게 하고 있지만 ‘비용’이라는 문제가 벌써부터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24억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비용은 이를 훨씬 뛰어넘을 것 같다. 더욱이 경수로에 투입한 11억2,000만달러가 휴지 조각이 될 처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제안의 효용성을 인정하면서도 ‘비용 문제’에 대해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결국 중대제안의 실행 여부의 중요한 변수는 반대론자들을 어떻게 설득하는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중대제안을 통해 사실상 향후 ‘통일 비용’에 대한 국가적인 논의가 시작된 셈이다. 그간 한국 사회는 대북지원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퍼주기식이다’’아니다’식의 이분법적 논란으로 많은 사회적 갈등과 낭비를 초래했다. 여기에는 복잡한 정치적 계략이 깔려 있었고 정치적 힘겨루기도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그렇게 처리할 일이 아니다. 세계의 눈과 귀가 한반도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대한 이미지를 어떻게 각인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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