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열차의 변신은 무죄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리는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변화하는 것 자체가 진리라면, 변화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게는 한 조직에서 크게는 제국의 흥망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주도한 자와 이에 쓸려간 자의 뒷모습을 비교해보면 변화의 중요성은 확연해진다. 100여년 역사의 우리나라 열차 또한 이런 변화의 법칙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입영열차의 추억을 기억하고, 경춘선의 낭만을 음미하며, 고향역의 흐드러진 코스모스를 떠올리게 하는 열차가 변화의 색채로 화장을 하고 옷을 곱게 차려 입었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삶의 무게를 안고 덜컹대던 열차들이 멋과 여유를 보여주겠다며 변신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미 시속 300㎞의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철도 역사에는 커다란 획이 그어졌다. 잘 알다시피 KTX는 날랜 몸짓으로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드는 등 우리 사회의 생활 패턴을 바꿔놓았다. 이 같은 속도혁명과는 달리 요즘에는 레일 곳곳에서 흐뭇한 미소와 정겨운 웃음을 실어 나르는 테마열차가 고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고객이 취향에 따라 골라 탈 수 있는 개성 강한 열차가 테마열차이다. 틈새시장 개척을 통해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테마열차가 운행되자 고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청정 동해안의 파도와 백사장ㆍ기암괴석을 감상하고 가족과 연인끼리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바다열차가 얼마 전 운행을 시작했다. 옛 추억을 먹고사는 일본 가마쿠라의 해변열차 ‘에노텐’과 달리 낭만과 휴식을 함께 보듬고 줄달음친다. 탁 트인 수평선을 바라보며 달리는 바다열차는 그 이름만으로도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릴 듯 하다는 주위의 평가이고 보면, 꽤나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지난 겨울에는 스키열차의 성공적 운행으로 고한지역의 관광업계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많은 칭찬을 듣고 있다. 또한 청량리에서 정선까지 운행되는 산악자전거(MTBㆍMountain Bike) 전용열차는 이미 동호인들 사이에서 화제거리다. 그 외에도 날로 인기를 더해가는 와인열차와 KTX 내에서 개봉작을 감상할 수 있는 영화열차 등 다양한 테마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꾸겨 타듯 고향 갈 때나 한번쯤 올라보던 열차를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변화가 없는 조직이나 개인은 미래가 없다고 한다. 새로운 미래 100년을 꿈꾸는 코레일의 변신,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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