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 하면서 부도를 맞은 업체나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업체들이 시장에 내놓은 중고 생산설비들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중고설비를 파는 업체는 고철로 처리할 장비를 제 값에 처분할 수 있고, 장비를 사는 회사들은 싼 값에 필요한 생산설비를 구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4일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중진공이 운영 중인 유휴설비정보 포털사이트에서 9개월 동안 성사된 중고설비 매매건수는 430여건으로 거래금액은 117억원에 이른다.
평균 매매단가는 2,700백만원으로 신규 설비구입 비용과 비교하면 대략 200억원 정도를 절감했다는 게 중진공측 설명이다. 현재 이 사이트에 등록된 중고설비 매매물건만 4,691건에 달하고, 이용자는 4만4,52명으로 집계된다. 각종 협동조합이나 민간 유통업자들이 운영하고 있는 중고설비거래를 감안하면 전체 규모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계 유통업체 C사는 오토솔더링 머신 2대를 최근 중국 상하이 소재 실수요자인 B회사에 1,400만원에 매각했다. 이 장비는 8개월 동안 구매자가 없어 곧 고철로 처리될 운명이었으나 최근 구매제의가 들어와 고철 신세를 면하게 됐다.
D사의 경우 최근 온라인 중고설비 매매사이트를 통해 신규 설비가격의 60%에 공기압축장비를 구입했다. 회사측은 신규투자 시 부담이 되는 설비투자비용을 최소화했고, 성능도 신제품과 별차이가 없어 매우 만족스런 표정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신제품의 절반 정도의 가격에 새 것 같은 설비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설비투자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지난 3~4년간 불었던 벤처 바람에 대규모 신규투자를 단행했다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ㆍ벤처기업계가 남긴 거름”이라고 평가했다.
신인호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 부장은 “올 초부터 중고설비 물건이 시장에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실제 거래가 활발해지는 것은 최근이다”며 “이는 비록 중고 설비이긴 하지만 각 기업들이 신규 설비투자에 관심을 갖는 추세이기 때문에 경기회복의 단초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