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이 하청업체들로부터 뒷돈을 챙기고도 계획대로 공사를 주지 못하자 ‘돌려막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영업비’ 명목으로 모은 뒷돈을 발주처 상대 로비에 쓴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포스코건설에서 토목환경사업본부장을 지낸 김모(63)씨를 배임수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1년 4월부터 8월까지 하도급 공사를 주는 대가로 하청업체 3곳에서 모두 17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김씨는 과거 3억원을 받고도 하청을 주지 못한 토목공사 하청업체 S사에 이자를 더해 4억원을 돌려주려고 O사에서 5억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3월 본부장으로 취임한 김씨는 철도영업 담당 상무 신모(54)씨가 “돈을 돌려줘야 하니 다른 회사에서 영업비를 받겠다”고 보고하자 승인했다.
또다른 S사로부터 5억원을 받을 때는 신씨를 S사 사무실이 있는 부산까지 보내기도 했다. 이 돈은 덕하 차량기지 건설공사를 수주하는 데 필요한 영업비 명목이었다.
도로영업 담당 상무였던 조모(58)씨도 뒷돈을 받아오는 데 투입됐다. 김씨는 조씨에게 “향후 공사 수주에 필요한 영업비를 하청업체에서 조달하라”고 지시했다. 조씨는 2011년 6월 고속도로 토목공사를 하도급받은 W사 전무 이모씨를 한국도로공사 후문 근처에서 만나 2억원이 든 쇼핑백을 받았다. 조씨는 같은 해 8월까지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본사 근처와 부친의 아파트 주차장 등지에서 3차례에 걸쳐 5억원을 더 받았다. 신씨와 조씨는 지난달 20일 나란히 구속됐다.
김씨는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공사비를 임의로 부풀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광양 칠선석 항만공사에 참여한 하청업체 흥우산업이 “다른 공사현장에서 입은 손해를 보전해달라”고 요구하자 10억원을 부풀려 계약을 맺었다. 흥우산업은 베트남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도 비자금 40여억원을 조성해주는 등 포스코건설과 뒷거래를 해온 업체다.
검찰은 두 회사가 이미 공사금액까지 정해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기로 협의를 마친 상태였던 점 등으로 미뤄 김씨에게 10억원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를 포함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포스코건설 전현직 임원은 모두 6명이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하청업체 10여곳을 통해 조성한 100억원대 비자금의 상당 부분을 턴키공사 발주처와 평가심의위원 상대 로비자금으로 쓴 것으로 보고 구체적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