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고급차를 몰고 나타나면 "운전기사인 줄 알았다"는 농담을 하곤 한다. 실제로 대형 세단들은 운전은 기사가 하고 차주는 뒷자리에 탄 모습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이런 차들을 흔히 '쇼퍼 드리븐 카(chauffeur driven car)'라고 부른다. 우리 말로는 '기사가 운전하는 차' 정도가 되겠다.
이런 쇼퍼 드리븐 카의 최고봉은 역시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형 세단 'S클래스'다. 전세계 정상의 90%가 의전차량으로 S클래스 한 대씩은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한 S클래스의 최고급 라인인 'S500 4매틱 롱 데지뇨 에디션'을 시승했다.
복잡한 차명은 이 차가 어떤 차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4매틱'은 4륜구동이란 뜻이고 '롱'은 롱보디 타입이란 말이다. '데지뇨(designo)'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인테리어 라인을 뜻하는 말이다. 4,663cc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롱보디 4륜구동차이면서 최고급 인테리어까지 적용한 차가 S500 4매틱 롱 데지뇨 에디션이다.
외관은 새롭게 디자인된 19인치 멀티스포크 휠을 제외하면 기존 S500과 다른 점이 거의 없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내부를 보면 최고의 고급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차에 적용된 '데지뇨 시트'는 외관도 아름답고 편안함도 남다르다. 가죽 소재의 질감과 바느질 마감 상태는 이 시트를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들고 있다.
운전을 다른 기자에게 맡기고 뒷자리에 앉아봤다. 실내 공간은 정말 넓다. 의자 각도의 운동 범위가 커서 거의 누운 듯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달릴 때는 안락함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까지 느낄 수 있다.
이번에는 운전을 해봤다. 정지 상태에서 차를 전진시키려면 의외로 액셀레이터를 꾹 밟아야 한다. 엔진 회전수를 1,500rpm 정도까지는 올려야 차가 움직인다. 가속 페달에 발만 살짝 올려도 쭉쭉 튀어나가는 국산차와 일본차와는 정반대인데, 이 같은 '묵직함'은 급출발에 따른 출렁거림을 최소화해 승차감을 높인다.
일단 출발하고 나면 엔진 회전수가 뚝 떨어진다. 1,000rpm에서 시속 60~80㎞가 나온다. 시속 120㎞에서도 2,000rpm이 넘지 않는다. 이 같은 안정적 특성은 고출력 최고급 오디오를 들을 때 최대 볼륨의 5~10%만을 활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해해도 좋다.
액셀레이터를 꾹 밟으면 무서울 정도의 가속력이 나온다. 이 차의 제로백은 5초에 불과하다. 핸들링은 날카롭고 코너링은 부드럽다. 브레이크도 인상적인데 정지할 때의 불쾌한 쿨렁거림이 확실히 적다. 때문에 출발할 때와 멈출 때가 모두 편안하다. 또한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승차감은 국내에 소개된 차량 중 최고로 편안하다고 말해도 좋다.
단점은 편의사양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 요즘 고급차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각종 전자식 편의장치를 많이 채택하지 않았다. 정통 고급차의 전형을 유지하려는 의도 같지만, 편의사양에 익숙한 고객들은 다소 아쉬울 듯. 차 가격은 1억8,89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