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이익창출이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이끄는 산업 선순환구조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삼각 체인의 핵심 연결고리인 기업투자가 경제민주화의 덫에 걸려 동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4월 설비투자지수는 1년 전보다 12.4% 감소하며 지난해 5월 이후 12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투자 위축의 장기화 및 고착화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일차적인 요인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하지만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4조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선뜻 투자 보따리를 펼치려 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ㆍ국세청ㆍ검찰 등 사정기관의 전방위적인 기업압박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기업의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실제로 현재 10대 그룹 중 거의 대다수가 공정위ㆍ검찰ㆍ국세청의 수사나 조사를 받고 있다. 수사 및 조사 대상도 부당 하도급거래, 4대강 입찰 담합, 관세 환급, 세무조사 등으로 광범위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과 기업인의 불법행위는 마땅히 수사해야겠지만 과거 이러한 수사들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진행된 사례들이 많았다"며 "검찰 수사가 기업을 길들이기 위한 방식이 돼서는 안 되며 기업투자에 미칠 영향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6월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도 기업투자에 족쇄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안이 대표적이다.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위해 증자할 경우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이 위협 받을 수 있는데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이를 만회할 방법이 없어 투자결정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이 밖에 이른바 '갑을 방지법'과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규제,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상생법 등도 기업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법안들로 꼽힌다.
이에 대해 4대 그룹 고위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유럽의 경제불안과 엔저 현상이 지속되고 대내적으로 내수부진까지 겹쳐 우리 경제의 위기극복을 위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활동을 북돋우기는커녕 위축시키는 법안들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기업투자와 고용을 늘려 산업의 선순환구조를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 교수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기업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해 거래비용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한데 우리 정치권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정치권은 활발한 기업활동을 통해 경제를 회복시키려는 선진국들의 정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