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사유지의 절반 이상(공시지가 기준)을 상위 5%의 가구가 독점하고 있는 반면 3가구 중 1가구는 단 한 평도 소유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토지 소유의 불평등이 소득의 불평등보다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세대학교 경제연구소가 2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제출한 `부동산 관련 조세정책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 방향`이라는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3년의 종합토지세 납부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위 5% 가구가 전체 개인 소유토지 가운데 금액기준으로 50.6%, 면적기준으로는 37.0%를 각각 보유한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현재의 토지소유구조가 그 때와 획기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만큼 이 자료는 현재도 유효하다”고 전제하고 “당시 전체 가구 1,242만4,447가구중 838만2,337가구는 토지를 보유하고 있고 32.5%인 404만2,110가구는 보유토지가 전무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또 상위 50% 가구가 토지가액의 97.4%를 점유했고 하위 50%는 고작 2.6%에 불과했으며 면적 기준으로도 15.8%에 지나지 않아 이를 토대로 계산한 토지 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무려 0.8607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뜻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분배 지니계수가 0.306인 점을 감안하면 토지 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소득 분배 불평등보다 2.8배 이상 높은 셈이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양도세제를 비과세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상 과세로 전환하고 취득ㆍ등록세 등 거래세 부담을 낮추는 대신 종합토지세 등 보유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시가현실화율이 낮은 과표를 시가 기준으로 바꾸는 대신 과표의 최고 5∼7%에 이르는 비정상적인 세율을 현실적으로 낮추는 것이 부동산 가격 억제와 소득 불균형 시정에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