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 미국 판매 500만대 달성 이후 과제

현대자동차가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지 21년 만에 기록한 누적판매량 500만대 돌파는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미국 회사 아닌 외국 업체가 500만대의 자동차를 팔기는 도요타ㆍ혼다ㆍ닛산 등 일본계 회사를 제외하고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지난 1986년 ‘엑셀’로 미국시장 공략에 나선 현대차는 4년 만인 90년 101만대를 판매한 후 99년 200만대, 2002년 300만대, 2005년 400만대를 달성했고 2년 만인 올해 50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가 급신장한 데는 현지생산 및 판매ㆍ기술ㆍ연구기능을 강화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2000년 이후 무상보증기간을 크게 늘리는 등 서비스를 강화하고 그랜저ㆍ싼타페 같은 고부가가치ㆍ대형ㆍSUV 차량의 개발ㆍ판매에 주력함으로써 고급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큰 효과를 거뒀다. 이에 힘입어 현대 ‘쏘나타’는 2004년 미국 자동차전문 조사기관인 J D 파워의 초기 품질조사(IQS)에서 중형차 부문 1위에 꼽혔고 2006년에는 종합 브랜드 부문에서 도요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해 글로벌 기업의 위상을 확실히 구축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이미지 개선과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을 통해 세계 자동차 5대 메이커로 진입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요즘 현대차를 보면 그 같은 목표를 과연 달성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원화강세와 경쟁심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수익성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중국과 인도 등이 자동차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고 일본ㆍ유럽 업체들은 현대차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할인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다. 이에 맞서려면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관세장벽을 넘기 위한 현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일감부족을 우려한 노조의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그렇다고 현대차 노조가 유럽이나 미국의 자동차 노조처럼 생산성 향상이나 임금동결 등에 나서는 것도 아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현대차는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 500만대를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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