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 사태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자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들에 추가적인 외화유동성 확보와 비상자금조달 계획 등 비상대책 점검을 지시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좀 더 악화될 경우 외화차입금 관리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선제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8일 은행 자금담당 부장들과 긴급 회의를 갖고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에 대비해 중장기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은행별로 비상대책을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회의는 이달 초 금감원이 은행 외환담당 부행장들과 가진 포럼 이후 열렸으며 최근 환율 및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급등 등 외화조달 환경이 악화됐다는 판단에서 긴급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자금부장들과 각 은행의 외화차입 및 만기도래ㆍ차환동향 등을 점검하고 최근 유로존의 대책과 시장전망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아울러 외국계 은행이 국내 크레디트라인(신용공여한도)을 축소했는지 등도 점검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남유럽 재정위기가 주변국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 자금부장들과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향후 상황이 악화되면 이에 맞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회의에서 국제금융시장 불안에도 현재 국내 은행의 외화자금 조달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중장기 재원조달 비율이 아직까지는 양호해 외화자금 조달에 부담이 적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금감원은 남유럽 사태가 단기간에 끝날 이슈는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비상자금조달계획을 재점검하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일부 유럽 국가의 위기가 유로존 전체로 확산될 경우 국제금융시장 자체가 경색돼 국내 은행들의 중장이 외화조달에 어려움을 격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재정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유럽 은행의 부실도 확대돼 국내 은행들에 대한 상환압력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산업팀장은 "국내 은행들의 외화조달 분야는 취약하다"며 "상황이 장기화하면 은행의 외화유동성이 경색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