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1일부터 17일까지 6박7일 일정으로 미국방문 길에 오른다. 노 대통령의 방미는 대통령으로서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도 최초의 것이다. 노 대통령은 오는 14일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 등을 둘러싼 한ㆍ미간의 협조방안을 논의한다.
한미 동맹 50주년 되는 해에 이뤄지는 노 대통령의 방미의 최대과제는 북한의 핵보유 불가입장을 지키면서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미묘한 처지를 미국 정부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느냐 것이다.
노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의 진보적 공약들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반미적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샀다. 그 같은 의구심은 대통령 당선 후 상당부분 해소된 것이 사실이다. 한국 정부가 미ㆍ영국계 국가이외에서는 유일하게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것은 신뢰구축의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렇다고 모든 의구심이 깨끗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의 대 이라크전 조기승리 후 미국 정부 내에서 대북강경정책을 주장하는 신보수주의 세력들이 득세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노 대통령의 방미를 대북 강경정책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기회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 대통령은 이들에 말려들지 않도록 일거수 일투족에 신중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의 방미는 안보에 못지않게 경제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노 대통령이 방미일정의 대부분을 경제관련 스케줄로 채우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 미국의 투자가들은 노 대통령의 방미성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신용평가 회사들도 노 대통령 방미 성과를 한국의 신용도 실사결과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노 대통령은 미국의 투자자와 신용평가회사들을 상대로 한국경제의 건강성을 설득시켜야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시장경제주의자 임을 확인시키는 일이다.
이번 방미에 재계 인사들이 31명이나 대거 동행한다는 것도 특기할 일이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많은 재계인사들과 자리를 함께한 것은 취임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참여정부와 재계의 친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며, 한ㆍ미간 외교적 마찰을 완화함에 있어 재계의 역할이 기대되기도 한다.
노 대통령의 방미는 대미 외교의 시작이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상대에게 설득을 강요하거나 논리적으로 압도하려는 자세는 금물이다. 노대통령의 방미를 통해 양국 정상이 서로 믿을 수 있는 상대임을 확인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방미는 대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