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100일] '소통의 정치' 복원하고 새판 짜서 다시 시작을
권위적 리더십을 '피플 프렌들리' 로 바꿔야장관등 4~6명 교체 포함 국정쇄신책 곧 발표
온종훈 기자 jhohn@sed.co.kr
"국민과 소통하고 새로 판을 짜서 다시 시작하라."
3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정국'에 갇혀 총체적 위기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촛불집회 등으로 거리로 뛰쳐나와 불만을 토로하며 불과 3개월 만에 새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을 기대한 국민들이 지난해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고 지난 4ㆍ9 총선 때 한나라당에 과반의석을 밀어줬던 것과는 영 딴판이다.
1일 여권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을 수습하고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이번주 중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2~4명과 함께 국정 컨트롤 타워의 문제가 제기된 정무ㆍ민정라인 등 청와대 참모진의 교체를 포함한 국정 쇄신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쇄신책에는 또 고유가 관련 물가대책 등 고강도 민생 회복책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를 비롯한 국정운영 시스템 전반을 조정ㆍ재검토하고 정책결정 과정에서 여론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하는 '소통의 정치' 복원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번 쇄신안이 국민의 분노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지 모르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사전에 국민과 소통하지 못해 사태를 키운 후 민심에 떠밀려 내놓은 '사후약방문'식 처방으로는 난국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정국의 해법은 결국 인적쇄신을 하고 한미 쇠고기 재협상에 나서는 것"이라며 "다만 재협상은 야당과 대화를 통해 국회가 요청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권위적 리더십을 '피플 프랜들리'로 바꿔야 하고 보수정부에 맞는 새로운 소통시스템을 만들어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가 지난달 30일 18대 국회 초선의원 1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초선의원 10명 중 9명이 국정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대대적인 국정쇄신을 통한 '새 판 짜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가적 과제들을 추진하고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새 정부 100일 동안에 나타난 이명박 리더십은 진보정권 10년의 공백에 따른 경험 미숙과 함께 많은 문제점을 표출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인사라는 지적이다. 취임 초부터 문제가 된 '강부자(강남 부동산부자)'니,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이니 하는 특정 지역과 연고에 편중된 내각과 청와대 진용은 결국 문제해결 능력에서 결정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여기다 '여의도식 정치배제'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이 대통령의 정치 혐오는 쇠고기 파동과 같은 우리 사회 갈등 문제를 푸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돌격대장식'식인 기업 최고경영자(CEO)식의 통치스타일은 효율보다는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통합ㆍ조정함으로써 국론을 모아가야 하는 국정운영에는 한계를 보였다.
국제 고유가 등 외생 변수의 영향은 컸지만 물가급등과 서민경제 악화도 '경제 살리기'를 기치로 내건 새 정부의 성적 치고는 초라하다.
결국 지난 대선에서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만에 어느 것 하나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취임 초 50%가 넘었던 지지율이 20%대로 수직 하락하며 민심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문제는 새 정부의 국정난맥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끼여 도전의 기회와 함께 위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호'가 회생불능으로 좌초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취임 100일을 계기로 보다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해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단순히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중도ㆍ보수 정권의 성공 여부뿐 아니라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를 둘러싼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