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11월 29일] 우리는 정말 G20인가

20일도 되지 않았다. 서울은 전세계의 중심이었다. 강남의 화려한 불빛 사이로 정상들이 집결했고 우리 정부는 세계의 정세를 한 손으로 요리할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환율전쟁을 우리의 손으로 막게 됐다면서 대통령은 축포를 터뜨렸다. 대한민국은 이제 주요20개국(G20)의 진정한 멤버이고 세계경제 외교의 리더가 된 것처럼 우리의 관료들은 얘기했다. 정상들이 서울을 떠난 지 불과 열흘 남짓. 서울은 또다시 세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무대가 서울 한복판에서 약간 떨어진 곳으로 옮겨졌을 뿐이다. 온 세계의 카메라가 서울에서 지척인 연평도를 향했다. 처참하게 유린당한 연평도를 바라보면서 국민의 마음은 찢어졌지만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대통령이 미국 정상과 통화한 내용을 국민에 전달하고 교전 교칙을 바꾸는 일이 전부였다. 아니 그들이 쏘아댄 총포 앞에서도 우리는 대응의 방식을 놓고 얼굴을 붉히면서 싸웠고 장수는 포격 이틀 만에 잘렸다. 포격에 대한 대통령의 지침을 놓고 벌인 청와대의 행위는 참담할 정도다. 정치와 외교는 일체라 했는데 여의도 한복판에서는 적의 포탄을 맞고도 싸움질이다. 참으로 헷갈린다. 우리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인가. 명색이 G20 의장국이고 정부는 G20이 주요7개국(G7)을 대체하는 새로운 글로벌 축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 자부심을 한껏 들뜨게 만들었건만 우리는 진정 그에 걸맞은 힘을 갖추고 있는가. 우리는 역대 정부가 내세워온 다양한 외교 수사(修辭)를 접해왔다. 동북아 중심 외교네, 등거리 외교네 하더니 현 정부 들어서는 실용 외교가 국정의 화두다. 온갖 멋진 단어들이 나오지만 우리의 외교력은 수십년 동안 거의 변한 것이 없다. 천안함이 격침돼 장병의 뜨거운 육체가 영하의 바다에 떠밀릴 때도, 강토가 처참한 몰골로 바뀐 순간에도 중국의 입만 마냥 바라볼 뿐이다. 천안함 때도 그러했듯이 정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연평도의 상흔이 국민의 머릿속에서 잊혀지기만을 바랄 것이다. 진정한 강국은 돈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 거리를 깨끗이 청소한다고 글로벌 시민으로 인정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멀쩡한 영토를 짓밟히면서도 허둥대는 나라를 선진국이라 일컫는 국가는 없다. 지금 우리가 처한 정치ㆍ외교ㆍ문화의 힘은 어디쯤에 와 있는가. 천안함과 연평도는 우리가 잃어 버렸던 자각(自覺) 능력을 다시 한번 깨워줬다. G20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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