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대우건설 매각심사소위원회에 참석한 심사위원과 관련자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매각소위에 이어 열린 공자위 본회의에서는 대우건설 우선 협상 대상자 세부평가기준이 승인됐다. /이호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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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기업 인수합병(M&A)에서 가격을 가장 높게 써내고 탈락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캠코 관계자)
자산규모 5조6,015억원, 매출 5조756억원에 당기순이익 4,067억원(이상작년 말 기준)으로 알짜 기업인 ‘대우건설’도 이 같은 원칙(?)에서 예외가 아닐 전망이다.
지난 4월 자산관리공사(캠코)는 국민경제 기여도를 감안해 매각대상 기업의 건전경영과 중장기 발전 등 비가격 요소도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게 될 전망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정한 세부평가기준에서 비가격 평가항목의 배점이 25%에 불과해 가격차를 보완할 만한 수준이 못 되기 때문이다.
공자위는 비가격 분야를 33점으로 배분하는 등 표면적으로 ‘균형감’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세부 평가 항목을 따져 보면 종전 M&A평가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실사조정 한도(배점 1점)를 포함해 인수가격과 대금지급방법 등 직접적인 가격부문 평가에 총 67점을 할당했다.
비가격부문 배점은 총 33점으로 ▦자금조달계획 및 인수후 대우건설 안정성(8점) ▦경영능력 및 전략적 계획(11점) ▦매각 성사가능성(6점) ▦손해배상(8점) 등 크게 4가지로 이뤄졌다. 하지만 진술ㆍ보증(3점) 관련과 손해배상(4점) 등이 8점을 차지해 이를 제외하면 25점에 불과했다. 보증이나 손해배상 등 손실보상 한도의 경우 우선협상자가 실사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실자산에 대해 직접적인 금전보상을 요구할 수 있어 가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나마 나머지 세부기준 항목을 20여개로 분산한 결과 인수능력이 부족한 입찰자의 편법인수를 방지하기 위한 항목 등에는 대부분 1~2점씩 할당되는데 그쳤다. 결국 가격(75점)과 비가격(25점)간 격차가 적어짐에 따라 비가격 분야에서 조건으로 걸어놓은 2년간 주식매매 금지조항 등을 지키지 않아도 대우건설 인수에 큰 지장을 받지 않게 됐다. 높은 가격만 쓴다면 말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번에 정한 세부평가 기준상으로는 인수 후보의 자산규모나 경영 능력간 차이는 별로 나지 않는다”며 “결국 가격을 가장 많이 써낸 곳이 우선협상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평판이 나쁜 기업에 대한 감점의 경우 10점으로 적용키로 했지만 이에 해당되는 곳이 두산 정도에 불과해 현 매각구도에는 큰 변수가 안될 전망이다.
결국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한 곳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수 밖에 없어 사후 부실에 대한 우려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막판 인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5개 컨소시엄 대표 가운데 4곳은 5조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한 상태다. 자기자본의 경우 유력 후보 군으로 꼽히는 금호아시아나, 유진, 프라임 등도 자회사나 주식 매각 등으로 자체 조달한 자금과 전략적 투자자(SI) 자금을 합해 1조~2조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3조원은 인수금융에 의존하고 있어 인수 후 이자부담이 만만치 않는 상황이다. 때문에 인수 후 경영권 확보 지분(50%+1주)을 제외한 잔여지분 매각 등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관리공사가 계약 종결일 이후 매수한 주식의 ‘50%+1주’에 대해서는 2년 동안 팔지 못하도록 했지만 잔여 지분에 대한 규정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업체 밀어주기 논란과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주관적인 요소가 될 수 있는 비가격 부문에 대한 배점을 높이기에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