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세계 인구대전 현장을 가다 <1> 워킹맘의 천국, 스웨덴
임신땐 편한 업무로 바꿔주고, 8세까지 출산휴가만 480일
대부분 보육시설도 무료운영, 출산율 1.91명 OECD 상위권
| 지난 8월 말 찾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중심가를 지나가는 시민 대부분은 50~60대 이상의 고령자였다. 하지만 스웨덴은 다양한 가족친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며 최근 출산율이 상승하고 있다. 스톡홀름=김광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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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말 스웨덴 스톡홀름 중심가의 NK백화점. 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들로 백화점 내부는 붐볐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젊은 아빠들. 백화점에서 만난 매트 요한손씨는 "회계사인 아내가 180일 정도 휴가를 썼는데 내 급여가 적어 요즘은 내가 쉬고 있다"며 웃었다.
스웨덴 길거리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남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스웨덴에서는 출산 이후 여성의 직장생활이 자유로우며 남자들도 눈치보지 않고 출산휴가를 쓸 수 있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의 사회복지제도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로 대변된다. 아이가 태어나서 노인이 돼 죽음에 이르기까지 복지체계가 그만큼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말의 절반은 틀렸다.
스웨덴은 '요람'에서부터가 아니라 여성이 임신하는 그 순간, 즉 '엄마 뱃속'부터 국가가 아이를 책임지고 잘 자랄 수 있게 해준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이가 엄마 뱃속에 들어선 순간부터 여성은 좌불안석이다. '휴가는 언제 쓴다고 해야 되나.' '아이 낳고 쉬고 오면 책상이 없어지지는 않을까.'
엄마가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직장생활에도 부담이 없는 스웨덴. 이곳은 합계 출산율이 1.9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임신하면 직장생활 더 편해져=스웨덴의 워킹맘은 우리처럼 아이 낳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임신하고 애 낳는다고 회사에서 잘릴 걱정이 없어서다. 오히려 임신만 하면 직장생활이 더 편해지기 때문에 아이를 갖기 전에 어떻게든 취직하려 한다.
스웨덴에서는 힘든 일을 하는 임산부의 경우 고용주가 임신상태를 고려해 적절한 업무로 바꿔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출산 2개월 전 최대 50일간 평상시 급여의 80% 수준으로 하루 최대 655SEK(약 11만5,000원)를 임신급여로 받는다.
아이를 낳으면 자녀 한 명당 만 8세 때까지 480일의 출산휴가가 주어진다. 여러 번에 걸쳐 써도 되고 하루 근무시간의 절반, 최소 8분의1만 사용해도 된다. 부부가 나눠 쓸 수도 있고 부부 중 한쪽이 최소 60일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첫 390일간은 급여의 80%, 하루 최대 874SEK(약 15만원)를 받고 나머지 90일은 180SEK(약 3만원)가 정액으로 주어진다. 토마스 린드 스톡홀름대 교수는 "소득을 따져 여성의 급여가 많으면 아이 아빠가 휴가를 쓰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길에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아빠를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고소득 여성일수록 양육 부담 때문에 둘째 아이 낳기를 꺼린다는 결과가 있는데 스웨덴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유아부터 중학교까지 국가가 길러준다= 마음 편하게 아이를 낳고 휴가를 쓰고 직장에 복귀할 수 있더라도 육아 문제는 부모들에게 여간 고민거리가 아니다. 출산휴가를 480일이나 쓴다고 해도 아이는 채 두 살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80%에 육박하는 것은 국가가 책임지고 아이들을 키워주는 공보육 시스템이 잘 갖춰진 덕분이다. 스웨덴 부모들은 육아휴직을 쓰고 난 뒤 아이가 만 한두 살만 돼도 거리낌없이 탁아소에 보낸다.
스웨덴 탁아소의 75%는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공립이고 나머지는 민간이 운영한다. 비용 부담도 전체 금액의 채 10%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국가 부담이다. 오전7시부터 오후6시까지 운영하는 보육시설은 교사 한 명이 아이 다섯 명 정도를 책임지고 돌봐준다.
믿고 맡길 수 있는 공보육 시스템이 있어 스웨덴의 엄마들은 일단 아이만 낳으면 기르는 부담은 크게 없다. 강력한 공보육 서비스로 스웨덴 직장 내에 보육시설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아이가 더 커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가더라도 정규수업이 끝나면 오후6시까지 '방과후 탁아소'가 운영된다. 학교수업 외에 각종 견학을 비롯해 미술ㆍ음악ㆍ체육 등 다양한 특별활동이 이뤄져 따로 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다. 이 모든 것도 대부분 무료다.
◇최고 수준 양성평등이 출산율 증가 요인=OECD 국가 내에서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은 것으로 손꼽힌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스웨덴은 73.2(우리나라는 53.2)로 평균(57.5)을 넘어 최상위 수준이다.
신윤정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하는 스웨덴의 사회 시스템이 오랜 기간 동안 갖춰진 것이 오늘날 출산율 증대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갈수록 높아지는 여성의 사회진출 욕구에 맞춰 국가에서 마음 놓고 여성들이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은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이미 1960년대 후반부터 '새 성평등 모델(New Gender Equality Model)'을 도입했다. 남녀가 함께 일하고 돌보는 가정(Dual-earner-dual-carer family)이 목표였다.
산모들에게만 주던 출산휴가(maternity leave)를 부모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됐고 명칭도 가족휴가(parental leave)로 바꿨다. 출산 후 30일간 아빠들만 쓸 수 있는 '아빠의 달(daddy month)'이 1995년 도입됐고 2002년부터는 60일까지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