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동주?' 대출비리 의혹을 받고있는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자신을 고발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백순 신한은행장과 같은 비행기로 일본에 간다. 8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라 회장은 이 행장과 함께 9일 오전 아시아나항공편으로 일본 나고야를 찾는다. 신 사장 역시 이날 같은 비행기를 타고 나고야 방문에 나설 예정이어서 '신한사태' 당사자들이 껄끄러운 동승을 하게 됐다. 이들 3인이 한꺼번에 나고야행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은 9일 정오 나고야 현지 메리어트호텔에서 재일교포 주주들을 상대로 비리 의혹과 관련한 각자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약 17%의 신한금융지주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12석의 사외이사진 중 네 자리를 확보, 신한지주 경영구도를 좌지우지해왔다. 그러므로 이번 나고야 설명회에서 현지 주주와 사외 이사진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향후 검찰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른바 '신한사태 1라운드'의 승패가 갈리게 된다. 특히 이 행장은 이번 나고야행을 계기로 지난 6~7년여간 신 사장이 전담하다시피 한 재일교포 주주와 신한금융지주 간 메신저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전략도 가지고 있다. 이 행장 측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본방문은 당장 눈앞에 있는 이사회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신 사장에게 몰아주다시피 했던 교포 주주 관리 역할을 이 행장이 이번 기회에 인계함으로써 장기적 경영안정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첫발"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행장 측은 나고야 설명회에서 신 사장 관련 의혹을 제기하더라도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를 삼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식구끼리 서로 치고 받는다'는 데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현지 주주들에게 오히려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교포 주주의 주요 연령층은 70~90대"라며 "체면과 신뢰ㆍ의리를 중요시하는 세대인 만큼 서로(라 회장 측과 신 사장 측) 간에 지나치게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신 사장 측은 상대적으로 수세지만 자신의 무고함을 적극적으로 알림과 동시에 '조직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현지 주주단의 지지를 받아내겠다는 자세다. 금융권에서도 신 사장이 그동안 라 회장의 뒤를 이을 '신한의 큰 형님'이라는 이미지를 확보했던 회사와 주주를 위해 원만한 사태해결을 바란다는 식의 감성적 호소가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논리적이고 어려운 법리공방을 벌이게 되면 자칫 개인적 의혹으로 풍파를 초래했다는 역공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신 사장은 일본 오사카지점장 등을 지내면서 후덕하고 배포가 큰 금융인이라는 이미지를 쌓아왔다"며 "더구나 그룹 내 빅파워로 자신을 세워준 라 회장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일 경우 혐의의 진위를 떠나 아랫사람이 항명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선에서 소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