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에서 배달까지 단 30분이 소요된다'는 어느 피자업체의 광고 카피처럼 모든 것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파주의 탄현지방산업단지를 찾은 한나라당 고위당직자들의 얘기다.
당직자들은 이날 중소기업 세 곳을 찾아 업체 관계자들의 애로사항을 들은 뒤 생산현장을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큼지막한 현수막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기까지 모든 일정을 단 30분 만에 신속하게 마무리 지었다.
업체당 방문시간은 평균 5분. 업체 관계자들은 방문객들에게 애로사항을 브리핑할 수 있도록 주어진 단 1~2분을 위해 수십~수백가지는 족히 넘을 문제점을 단 세 개로 압축해 전달해야 할 정도로 시간의 압박이 컸을 듯싶다.
안상수 대표는 현장에서 만난 근로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수고가 많다"는 격려인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작업장 온도가 250도를 넘는다는 한 도장업체를 방문했을 때는 "수박 사드리고 가야겠다"며 열악한 조건에서 땀 흘리는 근로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 인사들의 현장방문에 대해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행을 맞았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통령부터 정치인들까지 다들 중소기업을 살리겠다고 나서는 것은 고맙지만 얼마나 정책에 반영될지는 의문"이라며 "사실 일회성 정치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크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짧은 시간 업체를 둘러보며 사진 남기기에만 급급했던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진정성'이 담겼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고위층 인사들의 중소기업 방문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도 그리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부디 정부와 정치권에서 보이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에 반영돼 대ㆍ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이날 안 대표를 보기 위해 삭발단식농성을 벌이다가 파주를 찾아왔다는 한 슈퍼조합 관계자의 읍소처럼 '중소기업들은 지금 생존권을 위해 외로움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