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재정 및 금융위기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주요 은행들이 그리스ㆍ포르투갈ㆍ스페인ㆍ아일랜드 등 재정상황이 심각한 PIGS 국가들이 여신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보도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힘입어 유럽권 은행위기가 빚어질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FT는 이날 "유럽 은행들이 추가적인 증자가 없어도 재정위기국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게 무디스 조사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EU 10개 회원국의 30여 개 이상 은행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해당 은행들이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은행들의 평균 자기자본 비율도 9% 이상으로 양호했다. 무디스의 이번 조사는 그리스ㆍ포르투갈ㆍ스페인ㆍ아일랜드 등 4개국의 민간 및 공공부문에 대한 대출 규모, 국채 매입 현황 등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무디스는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것은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 규모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집계 결과 이들 4개 국가에 대한 대출은 국채 등 공공부문 보다는 주거용 모기지와 기업 여신 등 민간 부문이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민간부문 대출은 손실이 여러 해에 걸쳐 발생하기 때문에 광범위한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스에 대한 대출의 경우 민간 분야가 43%로 가장 높았고 국채 등 공공분야 대출은 5%에 불과했다. 스페인의 경우에도 사모 대출이 총 대출의 52%로 가장 높았고, 공공 부문은 22%로 집계됐다. 반면 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수개월간 유럽 은행들은 이들 4개 국가의 국채를 기존 시장가치보다 약 20% 낮은 가격에 매각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무디스는 "은행들의 대출 규모를 현재 자본수준과 비교해 볼 때 관리가 가능할 것이고 신용등급 조정도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며 "심각한 수준의 국채 투매가 나오더라도 은행 자본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무디스의 조사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리 젠킨스 에볼루션증권 채권리서치 담당 수석은 "4개 국가가 모두 위험 수준에 돌입할 경우 무디스의 주장대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며 "유럽 시장이 위기 국면으로 치닫는다면 누가 국채를 사고 누가 유동성을 공급하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주 유로존 은행들의 잠재적인 상각 규모가 2011년회계연도 말까지 총 2,35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