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셔츠는 그대로였지만 일주일 전 '골프황제'의 위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타이거 우즈(38ㆍ미국)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을 공동 40위로 마쳤다. 우즈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오크힐CC 남코스(파70ㆍ7,163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최종합계 4오버파 284타를 기록했다.
지난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7타 차 압승을 거둔 직후였지만 이번엔 10언더파로 우승한 제이슨 더프너(36ㆍ미국)에 14타나 뒤졌다.
'메이저 슬럼프'가 5년 넘게 이어지면서 메이저 최다승 도전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우즈는 2008년 US 오픈에서 개인 통산 메이저 14번째 우승을 거둔 후 이날까지 18개 메이저대회에 출전했지만 잭 니클라우스(미국ㆍ18승)와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올해 말 만 38세가 되는 우즈는 24세 때 메이저 4승째(2000년 브리티시 오픈)부터 우승 페이스에서 줄곧 니클라우스를 앞질러왔지만 이 위안거리마저 사라지게 된다.
우즈는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5승을 거뒀다. 2승에 불과한 다승 공동 2위권에 비하면 발군이지만 문제는 메이저대회에 유독 강했던 전성기 때 모습이 실종됐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 나흘 동안 하루도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마스터스를 제외하면 이후 3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즈가 언더파를 기록한 것은 브리티시 오픈 1라운드가 유일하다. 지난해와 올해 메이저대회 3, 4라운드에서는 60대 타수를 기록한 적이 아예 없다. 이번 대회 공동 40위는 지난해 마스터스와 함께 우즈가 프로 데뷔 이후 72홀을 모두 마친 메이저대회에서 기록한 최악의 순위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메이저대회 개최지들이 우즈에게 유리한 곳들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거스타내셔널은 마스터스 4승을 거둔 고정 개최지다. US 오픈이 열리는 파인허스트에서는 3위와 2위를 한 적이 있고 브리티시오픈은 우즈가 2006년 우승했던 로열 리버풀에서 열린다. PGA 챔피언십은 2000년 정상에 올랐던 발할라로 돌아간다.
하지만 내년에도 메이저대회에서 '보통 선수'의 모습에 그친다면 18승 추월은 더 힘겨워진다는 뜻을 동시에 담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다. 이날 우즈는 메이저대회 성적에 대해 "불만스럽지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더프너는 2년 전 이 대회에서 연장전 끝에 준우승한 아쉬움을 털어내고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기쁨을 누렸다.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지난해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24ㆍ북아일랜드)는 3언더파로 공동 8위에 올랐고 최경주(43ㆍSK텔레콤)는 5오버파 공동 47위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