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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나처럼 외부 세계와 시장에 대해 많이 아는 '장마당 세대'가 있어 희망이 있습니다."
유엔 워치 등 20개의 비정부기구(NGO)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주최한 제7차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에 참석한 탈북 여대생 박연미(사진)씨는 24일(현지시간) 제네바 국제컨퍼런스센터(CIGC)에서 열린 '독재에 대한 대항' 세션에서 "북한에서 태어나고 북한을 탈출해 현재의 나로 존재하게 된 것에 감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일성 사후 식량 배급체계가 무너졌고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암시장밖에 없었다"면서 "장마당 세대라 불리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태어난 나의 세대는 규칙을 어기더라도 시장에 참여해 살아 나갈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나의 세대는 북한 당국이 외부 정보를 차단하려고 노력했지만 중국을 거쳐 암시장에 들어온 여러 미디어를 통해 외부 세계에 더욱 많이 노출됐다"면서 "나도 신데렐라·백설공주·타이타닉 등을 봤으며 특히 타이타닉은 어떻게 저런 부끄러운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의아하면서도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영화를 보면서 우리 젊은 세대들은 청바지를 입고 머리 염색하기를 희망하는 등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장마당 세대는 개인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으로 변하게 됐고 이것은 북한 독재정권에 큰 위협"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북한에서의 생활에 대해 박씨는 "당원이었지만 (생계를 위해) 중국에서 밀수를 해 암시장에서 거래했던 부친이 2002년 체포돼 노동수용소로 보내지면서 삶이 무너졌다"면서 "가까스로 경비에게 뇌물을 주고 고향인 혜산으로 돌아왔지만 일할 곳도, 먹을 것도 없어 언니를 시작으로 온 가족이 중국으로 넘어가게 됐다"고 술회했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강을 건너 중국으로 갔는데 인신매매단에 속아 어머니가 강제로 강간당하는 것을 목격해야만 했고 뒤늦게 합류한 부친이 병환으로 끝내 숨져 새벽에 몰래 화장해 산에 매장하기도 했다"면서 "중국에서 18개월간 숨어지내다 가까스로 고비사막을 건너 몽골로 간 다음 한국으로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