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국내 최대 화장품 개발ㆍ제조 전문기업(ODM) 코스맥스의 경기도 판교 본사 6층. 화장품ㆍ건강기능식품 부문의 연구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R&I본부 한 켠에 마련된 부스 안에서 향료연구소 연구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향료의 성분을 분석하고 있었다. 최근 트렌드에 맞게 은은한 자연주의 향을 화장품에 담아 달라는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컨셉트에 맞는 향료를 골라 조합하기 위한 것. 샴푸나, 크림, 스킨 등 어떤 제품에 혼합하느냐에 따라 향료의 종류나 비율도 크게 달라진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향 전문가들을 찾는 이유다.
코스맥스는 퍼퓸 테크놀로지를 핵심 기술로 키우기 위해 지난달 향료연구소를 설립하고 김병현 씨를 소장으로 영입했다. 김 씨는 LG생활건강의 향 전문 연구소인 샌베리퍼퓸하우스를 만든 주역으로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코스맥스에는 올 초까지 한 명의 조향 전문가가 스킨케어연구소에 속해 향료 연구를 보조적으로 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현재 4명 규모의 독립 연구소로 발족했고 점진적으로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코스맥스가 향 분야의 R&D 역량을 강화하는 배경은 향을 강화한 바디용품이나 향초, 디퓨저 등 '홈 프래그런스(home fragrance)' 제품에 대한 최근의 뜨거운 인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 '향기 시장'의 급성장 때문. 김 소장은 "과거에는 제품의 질, 마케팅 전략, 광고 '3박자'가 맞으면 제품이 흥행했지만 이제는 향기가 프리미엄을 더하는 '화룡점정'의 역할을 하게 됐다"며 "시각적 효과는 빨리 사라지지만 향은 장기 기억으로 유지돼 브랜드의 연속성을 키우는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 하반기 미국 공장이 가동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설비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점 역시 향료연구소 개설의 배경으로 꼽힌다. 코스맥스로선 세계 화장품 기업을 공략하기 위해 R&D 역량을 전방위적으로 키워야 하는데 특히 세계 시장 트렌드에 맞게 개성 있는 향 개발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소장은 "세계적인 기업 P&G의 초석은 아기를 연상시키는 은은한 향의 아이보리 비누가 만들었을 정도로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화장ㆍ미용용품의 향기가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꼽히고 있다"며 "미국 생산기지를 바탕으로 유럽, 남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향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의 의지가 컸다"고 말했다.
코스맥스가 앞으로는 고객사에 제안하게 될 신제품에는 성분이나 질감 못지 않게 고유의 향이 주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소장은 "세계 시장의 향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고객사 브랜드 정체성에 맞는 향을 디자인 해 제안할 계획"이라며 "수익성 낮은 범용 제품이 아니라 고유의 향을 입힌 프리미엄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퍼퓸 테크놀로지를 핵심 경쟁력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