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섭씨 99도까지 온도를 끌어올린 해다. 2013년은 마지막 섭씨 1도를 채우고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한 해가 돼야 한다."
올 초 신헌 롯데쇼핑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2013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몽당연필(夢當緣必ㆍ꿈은 반드시 이뤄진다)'을 화두로 던진 신 사장은 올해 롯데쇼핑의 본격 궤도 진입을 위한 과제로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꼽았다.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점을 세우며 처음 해외시장에 진출한 롯데쇼핑은 2011년 중국 톈진 동마로에 롯데백화점 최초 중국 단독 진출 점포를 세웠고 2012년 중국 톈진 문화중심점, 올 4월 중국 웨이하이점 등을 성공리에 오픈했다. 그리고 이달 22일 인도네시아에서 의미 있는 첫 삽을 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대형 쇼핑단지 '찌푸트라 월드 자카르타'에 백화점과 면세점 등으로 구성된 '롯데타운'을 만든 것이다. 자카르타 롯데타운은 찌푸트라 월드 자카르타에 복합쇼핑몰인 '롯데쇼핑 에비뉴점' 형태로 문을 열었다. 롯데쇼핑은 "찌푸트라 월드 자카르타는 연면적 53만7,800㎡ 규모로 지하 3층, 지상 50층의 대형 복합단지"라며 "에비뉴점 외에도 호텔과 사무실ㆍ전시장ㆍ공연장 등이 들어선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에비뉴점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처음 진출한다. 면세점 역시 국내 업계 최초의 해외 시내면세점이다.
롯데는 인도네시아의 롯데타운 개장에 힘입어 해외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2018년까지 브릭스(VRICs, 베트남ㆍ러시아ㆍ인도네시아ㆍ중국)에 40여개 점포를 열고 해외 사업 매출을 전체의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8월엔 중국 청두, 내년엔 중국 선양과 베트남 하노이 등에 새 점포를 낼 예정이다.
이 같은 노력 덕에 롯데쇼핑은 최근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The Global 2000)' 리스트에서 백화점 부문 전 세계 3위에 올랐다. 롯데쇼핑은 2011년 6위, 지난해 4위, 올해 3위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백화점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2000대 기업'은 2003년부터 포브스가 매년 세계 유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자산ㆍ매출ㆍ순익ㆍ시가총액에 근거해 매겨온 순위다.
이번 쾌거는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전략적인 신규 출점과 신선한 마케팅으로 99도까지 사업 기반을 끌어올린 결과이기도 하다. 백화점 부문의 경우 지난해 김해ㆍ파주 프리미엄 아웃렛과 신규 오픈한 청주 도심형 아웃렛 등 총 7개점의 누적 매출이 국내 업계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고 파주 프리미엄 아웃렛은 오픈 1년 만에 업계 1위의 매출을 달성했다. 할인점 사업에서는 국내에서 8개 점포를, 해외에서 16개 점포를 신규 오픈해 국내 103개, 해외 137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한층 강화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의 위축된 소비 심리가 조금씩 풀리고 해외 관광객의 꾸준한 증가가 이어지면서 소비 시장의 규모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은 롯데쇼핑의 경영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증권사들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양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롯데백화점은 소비 하향 구매 트렌드가 강화되는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대중(mass) 브랜드를 수용하고 아웃렛을 확장하면서 차별화된 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다"며 "롯데 온라인몰, 롯데하이마트, 롯데시네마, 드럭스토어 '롭스', 합작법인으로 설립된 유니클로(FRL코리아), 자라리테일코리아 등 다양한 콘텐츠와 카테고리 킬러를 확보하고 있어 멀티 채널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 채널별 경계가 무너지고 고객들의 구매 접점이 다변화되면서, 롯데쇼핑이 선도적으로 구축한 멀티 채널의 경쟁력이 중장기 차별화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올 2ㆍ4분기 실적은 전 분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봤다. 교보증권은 롯데쇼핑의 2ㆍ4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 늘어나고 1ㆍ4분기보다 1.9% 줄어든 6조9,65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4% 증가하고 1ㆍ4분기보다 12.1% 늘어난 3,796억원으로 추정했다. 양 연구원은 "올 1ㆍ4분기 기타 사업부 부진과 해외 부문의 비우호적인 환율 영향으로 실적이 예상치 대비 크게 하회했다"며 "그러나 전사 이익의 50% 이상을 기여하는 국내 백화점의 펀더멘털 개선(경쟁사 대비 영업이익 역신장 폭 축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감가상각비 부담 완화, 자체적인 수익 관리 등이 더해져 2ㆍ4분기 플러스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