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역의 새 이름

서울지하철 4호선을 타고 안산 쪽으로 가다보면 안내방송에서 `공단`이란 역 이름이 나온다. 울창한 야산 옆에 있는 이 `공단역`은 산너머로 있는 반월공단과 가까이 있어 이름 지어진 역명이다. 정확히 말해 `반월공단역`이 맞는 데 그냥 `공단역`으로 정한 것이다. 흔히 `공단`(工團)으로 불리는 `공업단지`란 명칭은 관련법률 개정으로 없어진 지 오래됐다. 공장만 들어섰던 기존의 `공업단지` 개념을 폐지하고 대신 연구려治캠정보산업 등 다양한 산업들이 들어서도록 `산업단지` 제도로 바꿨다. 아직까지도 일반 국민들에게 생소한 `산업단지`란 이름으로 바뀐 지 8년째. 60년대 개발년대 이래 `공단`으로 각인된 `공업단지`는 그 역할이 너무나 컸기에 법률 개정만으로 쉽사리 바뀔 수는 없는 건지 일부 언론에서는 `○○산업공단`이라는 웃지못할 표현조차 나오기까지 한다. 혼동되기 십상인 `공단`이란 명칭을 불식하는 데 가장 상징적이고도 제격인 일이 있다. 바로 서울지하철 2호선에 있는 `구로공단역`의 역 이름을 `디지털단지역`으로 바꾸는 것이다. 서울시민의 4분의 1이 매일 왕복으로 출퇴근하는 서민의 발이자, 교통수단에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지하철이야말로 시민들이 연대의식을 느끼면서 삶의 소박한 행복을 공유하는 소중한 광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통된 지 18년이나 흘러 시민 누구나 알고있는 정취어린 `구로공단역` 이름을 바꾸자면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이 많은 노인 아홉분이 오래도록 장수했다는 데서 유래한 `구로동`의 옛 `구로공단`은 이제는 이른바 `G-Valley`(구로밸리)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단지의 스카이라인은 최신 아파트형공장이 숲을 이루듯 들어섰고 IT기업들이 대거 들어선 도시형 첨단산업단지로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2000년말 `서울디지털단지`로 명칭을 바꾼 지 불과 3년 만에 경이적이라 할 변신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디지털단지에서는 제1회 넥타이마라톤대회라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칙칙한 작업복 이미지의 `구로공단`이 아니라 산뜻한 넥타이부대가 새로 `점령`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행사였다. 이제 `구로공단역` 이름만 바뀐다면 명실공히 `G-Valley` 이미지를 시민 모두에게 널리 알릴 수 있다며 구로구 주민은 물론 기업인들과 근로자 모두가 한결같이 바라고 있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지만 언어의 역사성은 고정 불변의 것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신생, 성장, 사멸하는 가변성을 지녔다고 한다. `공단의 일번지`였던 우리경제의 발전사에서 힘차게 도약하고 있는 세계 속의 서울디지털단지를 상징해 줄 생동감 넘치고 멋진 새 역 이름을 기대해본다. <김동근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