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 미스틱 리버’

때로 기억은 현실보다 잔인하다. 5일 개봉하는 `미스틱 리버`(Mystic river)는 어린 시절의 한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세 소년이 죄의식과 상처로 인해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통찰한 묵직한 영화다. 영화의 시점은 크게 두 가지. 사건의 출발이 되는 어린 시절과 한 친구의 19세 딸이 시체로 돌아온 중년기의 어느 날이다. 지미와 데이브, 숀은 미국 보스턴의 한 동네에서 자란 죽마고우 사이. 변함없이 웃고 떠들던 평범한 어느 날 자동차를 탄 의문의 사내들이 등장, 세 아이 중 데이브를 데려간다. 뒷좌석에 앉아 불안한 눈빛으로 두 친구를 바라보던 데이브. 유아 성폭행범에 의해 지하실에 감금된 데이브는 며칠 후에야 탈출에 성공하고, 악몽 같은 기억 앞에서 웃고 떠들던 일상이 이제 사치임을 알게 된다. `우리가 그날 함께 차를 탔었더라면.` 몇 겹으로 되새김질되는 저항할 수 없는 공포 앞에서 아이들의 선택은 도피로 귀결된다. 절친했던 친구들을 멀리 하며 그날의 악몽을 `무(無)`로 돌리려는 것. 그로부터 25년 뒤. 한때 `갱 조직`에 몸담았던 지미(숀 펜)는 슈퍼마켓 사장이 됐고 숀(케빈 베이컨)은 경찰, 데이브(팀 로빈슨)는 허드렛일로 생활하고 있다. 세 사람이 다시 모이게 된 건 지미의 딸 케이티가 무참하게 살해당한 이후. 마을을 떠나있던 숀이 수사차 복귀하는데 사건 당일 피투성이로 귀가한 데이브가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다. 끝내지 않은 것은 결코 끝나지 않는 법. 세 사람은 기억 저 편에 미뤄뒀던 그 시절 그 사건을 떠올리며 도피로 버려뒀던 빈 공간도 메워 나가게 된다. 세 친구 및 이들의 부인으로 분한 로라 리니, 마샤 게이 하든 등의 연기 앙상블이 훌륭하다. 배우이기도 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맡았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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