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와 가도

소설을 창작할때 거리와 각도는 기법중에서 아주 중요한 항목에 든다. 작가가 소재와의 거리를 가깝게 잡을수록 소설은 현실성이 강해지고 반대로 거리를 멀게 잡을수록 현실성은 약해진다. 거리를 멀게 잡는 것과 가깝게 잡는 것 사이에 우열이 구분되지는 않는다. 작품형상화의 필요성에 따라서, 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거리가 조정된다. 따라서 한 작품속에서도 상황에 따라, 등장인물의 성격에 따라 거리가 달라질 수 있다.각도는 방향과 통한다. 어떤 각도에서 어떤 방향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관찰대상의 모습 뿐만아니라 내용까지도 달라진다. 같은 사물이 바라보는 각도와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규정과 해석을 유발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고 처리해야 할 일들 가운데 어떤일은 거리를 가깝게 잡아야 유익유리하고 어떤일은 거리를 멀게 잡아야 유익유리하다. 각도와 방향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고 처리해야할 일들 가운데 어떤일은 전과같은 각도와 방향에서 바라보아야 유익유리하고, 어떤일은 다른 각도와 방향에서 바라보아야 유익유리하다. 개인이나 가정이나 갖가지 크고작은 사회를 경영해감에 있어서 거리감각이나 각도 방향감각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 감각이 경직되어 있다면 개인도 사회도 변화와 발전이 정체되고 나아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뒤집어서 말하면 맞닥뜨린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위기에 대응하는 거리감각과 방향감각의 신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신축성이 전체적인 구도 안에서 지혜롭게 조정되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요즘 우리 사회가 어수선하고 정체에서 쉽사리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는 지도층 사람들, 그중에서도 정치계 인사들이 올바른 거리감각과 방향감각을 갖추지 못한 것에 큰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가들은 툭하면 국가의 장래와 백년대계를 외치면서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거리감각과 방향감각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같다. 그러니까 국민들은 막연해하고 답답해하고 있는데도 분통터지게 싸움질만 하고 있지 않은가. 새해가 시작되었다. 너나 할것 없이 국민 모두가 올바른 거리감각과 방향감각을 갖추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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