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의 위협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간판기업들마저 휘청거릴 정도다. 기술에서 품질경쟁력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현대중공업 같은 우리 대표기업과의 격차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분석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과 중국의 전반적 기술격차는 1.4년에 불과하다.
2010년의 2.5년에서 1년 이상 좁혀졌다. 두세 발짝 이상 중국에 앞서 있다더니 어느새 턱밑까지 추격당한 것이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손잡고 연구개발(R&D) 등에 전력투구하면서 변신을 거듭한 결과다. 서울경제신문이 올 초 유럽연합(EU)에서 내놓은 '기업 연구개발 투자 보고서'를 분석해보니 R&D 부문에서도 한국 기업은 중국에 뒤처졌다.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2013년 기준) 중 중국은 198개사지만 우리는 80곳에 불과했다. 나라 전체 R&D 규모를 보더라도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한국은 중국의 절반 수준이다.
사정이 이러니 중국 기업에 따라잡히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벌써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업체에 밀리는 추세다. 올 1·4분기 삼성 스마트폰은 시장점유율 4위로 떨어졌고 현대차도 지난해 동기보다 판매량이 줄었다. 글로벌 시장을 보더라도 스마트폰은 물론 LCD TV, 철강, 조선 등 우리 간판 제조업이 중국에 선두 자리를 빼앗겼거나 내줄 위기에 몰렸다. 반도체조차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 5년 내 주력산업 대부분에서 중국에 밀릴 거라는 암담한 전망까지 나온다. 최근 금융 분야에도 차이나풍(風)이 거세다고 한다.
중국의 공세가 전방위적임에도 우리 기업들의 경영현실은 갈수록 힘들어지기만 한다.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나 사내유보금 과세 등 온갖 규제에 발목이 잡혀 투자기회마저 놓치는 판이다. 당장 민관이 힘을 합쳐 기술혁신에 나서지 않으면 중국에 시장 주도권을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다. '저가' '짝퉁'으로 중국 제품을 치부하던 때는 이미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