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우주 감시체계' 구축 나섰다

"한반도 상공 제집 드나들듯 하는 첩보위성 동태 파악"
천문관측 지점으로 강원화천·전북무주 선정 이어 총 5곳 광학망원경 설치, 궤도·속도등 DB화 추진…"2012년 감시체계 완료땐 자주국방 실현 큰 의미"


대전 한국천문연구원 본원에 설치된 0.6m급 망원경 모습. 현재 빠르게 이동하는 첩보위성을 추적, 한반도 순회 궤도와 속도를 파악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광학망원경이다.

“오늘도 수백개의 첩보위성이 한반도 영공을 촬영하고 있다. 어느 지역의 곡물작황이 좋고 나쁜지부터 한국 군대의 이동현황, 원자력 등 기간시설, 기업 연구시설 등 주요 국가 관련 정보가 모두 수집되고 있을 것이다. 청와대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수단은 전무한 실정이다.(공군의 한 관계자)” 지난 수십년간 세계 각국의 첩보위성들은 한국 군 당국의 아무런 통제와 감시를 받지 않고 ‘제 집 드나들 듯’ 한반도 상공에서 활동해왔다. 현재 정체를 알 수 없는 위성 약 600개가 한반도 상공을 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눈에 보이는 대기권 내 영공에서 엄격하게 적용되는 ‘자주국방’의 원칙은 우주궤도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았다. 우주영공에 대한 군 당국의 무지와 감시체계 기술 부족 때문이다. 그 사이 미국ㆍ러시아ㆍ중국 등 우주 강국의 첩보위성에 빼앗긴 국내 주요 군사ㆍ산업시설 등의 정보가치는 천문학적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공군은 한반도 상공을 돌면서 군사ㆍ산업시설 정보 등을 캐가고 있는 해외 첩보위성(spy satellite)의 실체를 추적ㆍ감시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한국 최초 우주인 사업 참관을 위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방문한 김은기 공군 참모총장은 “오는 2012년부터 위성과 우주를 감시할 수 있는 광학망원경을 설치해 외국 첩보위성을 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군은 첩보위성 추적에 필요한 국내 천문관측 지점으로 강원도 화천군과 전북 무주군을 우선 선정하는 한편 우주관측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천문연구원과의 공동 프로젝트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김 총장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하기 전인 지난 2일 비공개로 화천군ㆍ무주군과 ‘민간협력 우주감시체계 구축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감시체계 구축작업이 이미 본격화한 상태”라고 전했다. ◇첩보위성 감시, 어떻게 이뤄지나= 공군과 감시체계 구축 공동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천문연에 따르면 문제의 첩보위성들은 이른바 ‘저궤도 위성’이라 불리며 궤도 1,000㎞ 미만에서 집중 활동하고 있다. 예컨대 목적은 다르지만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가 머무르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평균 고도 352㎞의 저궤도 위성에 속한다. 지구궤도에 가깝다보니 이동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불과 90분만에 지구를 한 바퀴(초속 7.7㎞) 돌 수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첩보위성을 잡아내는 방법은 크게 광학적 방식과 레이더 방식이 있다. 이 중 공군은 정밀한 광학망원경을 이용하는 광학적 방식을 우선 도입한 뒤 레이더 시설을 추가로 지어 병행 가동할 방침이다. 광학망원경을 이용한 첩보위성의 궤도ㆍ속도 분석은 의외로 간단하다. 임홍서 천문연 우주과학연구부 박사는 “밤하늘에 이동하는 첩보위성을 ‘찰칵’하고 촬영한다고 치면 ‘찰’에서 찍힌 점(첩보위성)과 ‘칵’에서 찍힌 점 간의 데이터를 비교ㆍ분석해 궤도와 속도를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광학망원경이 국내에서는 대전 천문연 본원에 설치된 단 한 개에 불과하다. 공군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착공에 들어간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산 중턱의 화천천문과학관과 반딧불이 서식지로 유명한 전북 무주군 설천면 백운산 인근 반디별천문과학관이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해 지난 2일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우주감시체계 구축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외 관측지 3곳을 추가로 선정, 총 5곳에 천문연이 제작한 고성능 광학망원경을 설치하면 한반도 전역의 첩보위성 동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게 공군과 천문연 측의 설명이다. ◇감시체계 완료시 얻는 혜택은= 감시체계 구축이 완료되기 전까지 공군은 여전히 세계 주요국의 첩보위성 정보를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에 의존해야 한다. 윤한배 천문연 천문정보센터장은 “대전 본원 광학망원경으로 사전조사를 실시한 결과 NORAD가 한국에 제공한 정보와 상당히 다른 위성 순회가 한반도 상공에서 이뤄지고 있었다”고 말해 NORAD가 군 당국에 전체 첩보위성 정보의 극히 일부만을 제공해왔음을 짐작하게 했다. 따라서 한반도 상공을 순회하는 600개 안팎의 미확인 위성의 궤도정보를 모두 파악하게 되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첩보위성인지 혹은 우주쓰레기(통제불능 인공위성, 위성발사 분리체 등)인지를 선별, 첩보위성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다. 공군 관계자는 “첩보위성 감시체계 구축으로 당장 국민들에게 이득이 돌아가지는 않지만 자주국방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자국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위성을 요격할 수 있는 상황을 상정해본다면 감시체계는 가장 기초적인 자주국방 능력을 담보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국가 우주자산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도 상당한 무형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임홍서 천문연 박사는 “당장 오는 12월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서 자력으로 발사될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1)’가 우주궤도 진입 중 수많은 위성 및 우주쓰레기와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축적된 위성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이들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비행궤적을 계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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